▲ 김태준 作 '행동했던 기억'.

[경인일보=김영준기자]작가 김태준에게 모든 장소는 유적(遺蹟)이다 : 현재는 과거의 집적체이자 미래로 이어질 그 무엇이다. 때로는 공공장소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업으로, 때로는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평면작업으로 나타나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역사를 지닌 채 미지의 미래로 흘러갈 한 장소의 삶을 현재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집단의 기억을 담은 유적지를 다루든 혹은 한 인물의 개인사를 더듬든 간에, 그의 작업의 공통점은 대상의 과거에 귀기울인다는 것이다. 시간은 순회한다는 이념에 근거한 그의 작업에서, 숨겨진 옛이야기들은 과거인 동시에 미래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전예완 박사의 '김태준의 타임캡슐-미래에서 온 고고학' 중에서(2007년) 김태준씨의 평면작업 '타임캡슐' 시리즈는 독특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평면작업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컴퓨터 3차원 그래픽 작업을 제거하면 바탕에 사진 기술이 깔려있다.

김씨의 사진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축적과 파괴가 거듭된 장소를 담고 있다. 이같은 작업 속 사진들은 예전의 영광과 수치심 등을 떠올린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근현대사를 예술에 준거해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김씨의 역사 도큐먼트(Document) 작업은 독일 카셀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카셀시청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때 폐허가 된 카셀시청 건물의 일부에 풍선을 띄워 상징적으로 복원함으로써 아픈 역사의 기억을 희망적인 이미지로 전환해 카타르시스적 치유를 가져온 작업으로 호평받았다. 이 작업은 베를린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도시들을 거쳐 2007년 서울(일명 '북한산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2010년엔 대구에서 근현대사 복원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초 인천아트플랫폼의 제2기 입주작가에 선정돼 이 곳에서 후속작업에 한창인 김씨와 만났다. 김씨와 만난 때는 마침 그의 전시회 '타임캡슐-기억할 수 없는 기억'이 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6월 10~24일)에서 진행중이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타임캡슐 시리즈를 중심으로 3D 사진 및 드로잉 작업, 대형 공간설치 등 40여점이 출품된 전시장에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전시회는 역사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해 태아라는 가장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형태로 거슬러 올라가 현존의 의미를 찾는 여정으로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가의 '타임캡슐 시리즈'는 상징적 매개체를 통해 과거의 사건이나 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불러내는 작업들이다.

그는 "근래 믿었던 사람에게 배반을 당한 후 '내가 누굴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같은 고민의 해답을 좇다보니 근원, 즉 태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작업은 회화를 기반으로 사진과 조형, 설치, 3D 입체 작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작품을 구상하고 드로잉으로 표현합니다. 채색도 하고요. 나아가 보다 효과적으로 심상을 표현할 수 있는 3D와 조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하게 되는 거죠."

역사성과 어우러진 장소에 집중한 작풍을 유지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인천과 관련한 작품을 구상중이다. "1년 전부터 기획한 내용인데, 김구 선생님이 항만노역 장소에서 노역하는 모습을 설치하려 합니다. 또한 생가터를 찾아서 식모살이를 하며 선생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가 밥 한 그릇 담는 모습을 설치해 멀리서 보면 두 분이 바라보고 있는 형태의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 사진/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작가 소개

김태준(48)은 인천대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독일에서 유학했다. 베를린예술대와 카셀미대에서 조형예술에 대해 공부한 김태준은 졸업 후 독일과 중국, 한국 등에서 작업, 전시회를 가졌다. 2001년 카셀시청 프로젝트를 비롯해 최근까지 9회의 개인전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8년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 2009년 신호탄(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4회 청두비엔날레(중국), The Small Giant(Cross Gallery, 중국 상하이) 등의 단체전과 기획전에 참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