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헌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조 박사님이 묘법을 내어주십시오."

해외여행을 끝내고 방문한 조계사.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문제로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이 가까워질 무렵이었으니 2005년 초경이었다. 불교 진영 인사들이 모인 자리. 침묵이 흐르고 도법스님이 던진 한마디로 모임은 정리되었다. 며칠 후 지율 스님이 단식하던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옆 카센터 2층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그 동안 환경영향평가, 노선검토위원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던 형국이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해법처럼, 또다시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을 찾아가 이해를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노선결정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눈앞에 떨어진 화두였다. '노선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 필자가 부르고 남영주 당시 국무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첩에 적어나갔다.

몇 달 후 대법원 판결도 끝나고 몸도 회복한 지율 스님께 필자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당시 환경 진영의 분위기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은 묘안이 아닌 패배와 타협으로 비난 받을 짓이었다. 난 지금도 환경보전의 맥락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이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대법원에 최종 판결을 떠넘겼던 행위를 환경진영 일부에서 비난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상황론은 지금도 버리고 싶지 않다.

요즘 인천이 빚 문제로 걱정이 크다. 인천시의 부채규모가 내년에는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인천시 재정자립도는 2009년에 75.7%에서 2011년 65.8%로 전국 16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관계기관은 빚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경우 더욱 문제가 꼬인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2014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희망하는 재정적자 규모는 부동산 경기회복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지금의 빚 문제에 대한 가장 커다란 책임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잘못이라 할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과 신도시 개발사업에 뭉칫돈이 들어가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도 제대로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장 건설비용 충당, 경기 후 시설활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인천지역에서 갈등이 심하다. 경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적 약속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반박이 당장 따라붙는다. 인천에 부족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의미로 장기투자로 여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느 때보다 인천공동체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 인천시민 하나하나에게 재정 상태 전반과 대회관련 재정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고 갈 길을 정해야 한다. 미래의 국제도시 인천을 위하여 몇 년간 배 곯아가며 참는 길과 대외적으로 부끄럽다 하더라도 실속을 차리는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게임을 수도권과 공동으로 개최할지를, 2014년 이후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재정 정보를 근거로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민투표가 한 방법일 수 있다. 내부 화합과 단결이 선행되는 것이 아시안게임에도 인천의 발전에도 중앙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의 마음을 모으지 않고 게임을 치른다면 돈과 노력만 들이고 불화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기관련 준비가 한창인 지금, 이런 주장이 발칙하고 분위기를 모르는 행위로 비웃음을 받기 십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힘들수록 미래지향적인 결연한 희생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4년 이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인천은 그대로 주저앉아야 할까. 지속가능한 인천시민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어려움을 지혜로 이겨낼 인천모델을 기대해 본다. 지금 상황에선 능력보다 판단력이 중요할 수 있다. 아시안 게임은 2014년에 끝나지만, 인천의 달력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