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인천 4개 시내버스 노조가 8일로 예고한 무기한 파업을 전격 철회했다. 막판 협상에서 임금 3.5% 인상을 골자로 한 인천시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인 삼화고속은 사측이 끝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당초 계획대로 일제히 운행을 멈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 등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시는 가정오거리~작전역, 마전초교·당하대우아파트·원당동~계양역, 논현동 에코메트로·논현중~송내역 등의 노선에 예비 버스를 긴급 투입키로 했다.

이들 버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5일 오전 5시부터 27일 오전 5시까지 주말을 이용해 파업을 벌였다. 인천시가 2009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첫 파업이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자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열어 주말 파업을 결의했다.

노사간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지선(마을버스)과 간선(시내버스) 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물가인상분 반영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요구에 사측은 "결정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시가 준공영제 도입 이후 운송원가를 관리하다 보니 자신들은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측의 주장대로 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시내(마을)버스 노선과 운송원가 등을 종합 관리하는 사실상 '실질적인 사용자' 입장이 됐다. 시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교섭 의무는 원칙적으로 노사 양측에 있다. 이 점에서 노동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사측이 교섭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사업주가 준공영제를 빌미로 시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교섭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버스 요금을 인상할 것이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던 노조 측도 시의 버스 요금 인상 계획을 반대해 왔다.

인천보다 앞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시도 2004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노선과 운송원가 등을 관리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섭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노사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의 한 관계자는 "시가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서 노사 간 교섭 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며 "사측이 수익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자구책도 없이 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가 노사 간 교섭 과정에서 중재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에 대다수의 버스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지난달 29일 임금 3.5% 인상 등 사측이 제시한 교섭안을 수용했다.

민주노총 버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노총 노조와 사측의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에는 시의 중재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민주노총 노조와 사측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선 일절 개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한 인사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중재 의지도 없었던 것이 사태를 키워왔던 원인이다"고 꼬집었다.

/임승재·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