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 출몰했다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던 정체 불명의 날벌레떼가 올들어 경기도 광주는 물론 파주·남양주·고양일산 등지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미 지난해에도 동종 날벌레떼가 울산 광역시와 광주 광역시의 새 아파트에서 발견된 것으로 방역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송도 날벌레떼가 전국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얘기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옛 국립식물검역원, 이하·검역원)에 따르면 최근 입주를 시작한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날벌레떼가 집안에 들끓고 있다"며 무슨 벌레인지 확인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에 검역원 식물검역기술개발센터는 샘플을 채집해 형태 동정에 이어 유전자 검사를 벌인 결과, 이 날벌레떼가 송도에서 발생했던 것과 동일 종임을 확인했다. 식물검역기술센터는 '송도 벌레떼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송도에서 채취한 날벌레 시료를 보관중이며, 유전자 정보 등에 대한 각종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

파주에 이어 얼마 전 광주에서도 날벌레떼에 대한 동정을 의뢰해 오자 식물검역기술센터측은 사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물검역기술센터 이흥식 박사는 "송도에서 발견된 날벌레가 또다시 발생하자 요즘 학계에서도 검사 결과를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날벌레가 이미 국내에 정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송도 벌레떼 사건' 당시 원인 규명과 방역 활동에 참여했던 국내 한 해충방제 전문업체는 올해 초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남양주·일산 등의 새 아파트에서도 동종 날벌레떼가 발생한 사실을 형태 동정을 통해 확인한 상태다. 또 지난해 울산 광역시와 광주 광역시에서도 이 날벌레떼를 발견해 울산의 경우는 직접 방역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업체의 관리팀장인 A씨는 지난해 날벌레떼에 대한 첫 문의가 들어왔을 때 속으로 '결국 일이 또 터지고 말았구나'하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당시 민원인은 새 아파트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않아 날아다니는 것조차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날벌레가 집을 점령했다며 방·부엌·거실 가릴 것 없이 밟히는 게 온통 날벌레떼라고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문의가 들어온 곳은 모두 집안에 날벌레가 집단으로 발생했고 붙박이장 등에서 유충과 알, 그리고 먹이로 추정되는 곰팡이가 발견되는 등 송도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며 "지금도 이 벌레가 무슨 종이고, 왜 발생한 것인지는 미스터리이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이제 일반화된 현상이 됐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