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균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교수)
서시(西施)는 중국 고대 월나라의 미인중의 미인이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의 미모에 빠져 나라가 위태롭게 되었다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도 나왔다.

'장자'에는 그의 아름다움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일화가 전한다. 서시가 위장병으로 속이 쓰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조차도 예쁘다고 여겼다. 같은 동네 사는 동시(東施)라는 형편없이 못생긴 여자가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이를 흉내냈다는 이야기다. 마을여자들 모두가 찡그리고 다녔다는 말도 있다. '동시효빈'이라는 고사성어의 내용이다. "무턱대고 남을 흉내 낸다"는 뜻이다. 남의 결점을 장점으로 알고 흉내내는 것을 말한다.

양자(陽子)는 전국 초기의 유명한 학자다. 그가 이웃 송나라에 갔을 때 두 여자를 만났다. 한 사람은 예쁘고, 한 사람은 볼품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볼품없는 여자는 주변의 사랑을 온 몸에 받고 있었고, 예쁜 여자는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귀엣말로 "예쁜 여자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로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아름다운지를 모르겠어요. 저 못생긴 여자는 볼품 없게 생긴 것은 알지만, 하는 행동과 마음 씀씀이를 봐서는 어디가 그렇게 볼품 없는지를 모르겠단 말씀입니다. 오히려 아름답게 비치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마음이 얼굴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예쁜 얼굴이더라도 마음이 미우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넉넉한 마음, 관용하는 마음, 아름다운 마음씨를 소유한다면 외모가 볼품없어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방학 때면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성형의 결과 개학하면 몰라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직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들도 성형을 부추긴다. 대학생만 그런 게 아니라 중고생도 마찬가지란다. 성형공화국이 된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외모지상주의가 성형열풍을 낳은 것이다. 방송에선 대놓고 어디를 얼마에 어떻게 고쳤다는 연예인들도 있다. 못난 것을 장점으로 살린 어느 개그맨은 자신의 성형 견적이 역시 못생긴 걸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동료 개그맨보다 많이 나왔다며 너스레떠는 장면도 공중파로 전해졌다.

아무리 외모가 예뻐도 개똥녀, 된장녀, 막말녀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화려한 외모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저질스럽다면 한순간 실망을 안긴다. 외모는 수수하지만 교양있는 언행은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꾸며진 외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은 한순간에 그친다. 오래가지 못한다.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문다.

마음이 얼굴을 만든다는 고전의 말을 되새겨야할 때다. 마음을 돌아보는 데는 독서만한 게 없다.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상을 바꾸는 것이라면 독서가 제일이다. 책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이들의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는 말도 있다. 멈춰 서서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독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얼굴을 편안하게 해준다. 독서하며 사고(思考)하고, 사고하며 독서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적인 사람이 된다. 그 순간 외모 역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변모할 것이다. 이번 여름, 내면을 가꾸는 독서를 적극 권유해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