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령도 물범은 1982년 천연 기념물(331호)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물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2005년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이 한 계기였는데, 이후 물범의 생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다큐 영화로 제작되거나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물범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더욱 집중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은 여러모로 특이한 해양생물이다. 고래를 제외하면 서해안 유일의 해양 포유류로서, 유전자 검사 결과 이들은 북태평양 점박이 물범과 동일한 개체이지만 고유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오랜 세월동안 황해의 해역 생태계에 적응하여 진화한 집단으로 파악되고 있어 그 정착과정도 흥미로운 연구과제이다.

잔점박이 물범은 둥근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를 연상케 한다. 바닷물에서 자맥질할 때면 날렵하지만 바위섬에 올라 통통한 몸통을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범의 '몸매'는 육상에서 진화하여 바다로 되돌아간 해양 포유류들이 바다에 적응한 결과이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유선형의 둥근 몸으로 바뀌었으며, 오래 잠수하기 위해서 귀와 콧구멍은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였다 한다.

백령도 물범의 이동 경로는 한국과 중국 북한 해역에 걸쳐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물범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백령도 근해에서 보낸 다음 북한 해안을 따라 북상하여 중국 발해만까지 이동하여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낸 다음 이듬해 3월경 다시 북한 해역을 따라 남하하여 한해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물범을 '백령도 물범'이라 부르는 것은 한해의 대부분을 백령도 일대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범류들은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서만 서식한다. 물범이 북극권에 서식하는 이유는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 해양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백령도 물범은 38도 이남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한때 8천마리를 헤아리던 이 점박이 물범의 개체수는 현재 1천마리 이하로 급감하여 백령도에서 확인되는 개체수는 200~300 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서식환경의 파괴가 주된 요인이다.

중국 측의 불법 포획과 백령도 물범바위 근해의 어로활동도 개체수 감소의 원인이다. 중국도 이 물범을 국가중점보호동물로 지정하고 우리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하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집단 서식지가 어민들의 주된 조업 구역이기 때문이다. 물범의 서식지 보호는 어민들의 어로활동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 생태관광으로 어민들 어획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 그래서 물범의 효과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인천시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이 머리를 맞대어야 하며, 중국과 북한과도 보조를 같이해야만 이룰 수 있다.

잔점박이 물범이 지금 우리에게 긴급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불법 포획과 서식지 환경 악화로 멸종의 위기에 몰린 물범들은 그냥 두고 마스코트만 보고 즐거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시안 게임 개최 이전에 물범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아시아의 해양 포유류 보존을 위한 여러나라의 지혜와 경험을 모으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면 인천아시안게임이 한결 품격 높은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비단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래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다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 서해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