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벌레떼 사건'의 핵심은 '왜' 발생했느냐는 것이다.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은 당시 경인일보가 제기했던 몇가지 의혹과 관련, 문제의 붙박이장 목자재인 'PB'(파티클보드) 제품의 제작·유통·보관·설치 등의 과정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벌였다.

연구팀은 방역이 진행중이던 2008년 6월21일 송도 아파트 현장 1차 조사에서 붙박이장 뒷면에서 혹파리가 나오는 것을 관찰했다. 날벌레 탈피각과 사체 등이 PB 원목(톱밥 등)이 노출된 면에서 대부분 발견됐으며, 이 곳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 야외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붙박이장 설치뒤 습지 등 외부에서 서식하던 날벌레가 집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붙박이장은 보통 아파트 창문이 모두 설치된 뒤 마지막에 시공될 뿐더러, 외부에서 들어왔다면 저층에서 점차 고층으로 확산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붙박이장을 납품한 가구업체 공장에서도 날벌레는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나 PB와 폐목자재가 가구업체 공장 주변 여러 장소에 야적돼 있었고, PB에 곰팡이류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고 언급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또 동일종은 아니었지만 다수의 파리목, 특히 혹파리과도 1종이 확인됐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사실이다. 곰팡이는 날벌레떼의 먹이로 추정돼 왔다.

특히 PB 원산지로 지목되던 태국 현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하지만 현지 목재 생산업체, 폐자재 활용 공장, 습지 등에서도 날벌레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날벌레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조사 시점이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날벌레떼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에서 보통 3~4월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초기 방역을 못한 가구에선 8~9월까지 발생하다 자진 소멸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생태 주기와 적합한 기후조건 등 혹파리 특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목재업계내에선 해당 PB의 원산지를 특정 국가로 한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입산 PB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수입되며, 유통 단계나 붙박이장 제작과정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이 섞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입산 PB가 날벌레떼에 이미 감염돼 들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다. PB는 목재가공품으로 분류돼 수입 과정에서 검역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결론을 내면서 '붙박이장 설치 전 단계'에 대해 주목했다. 날벌레가 전 가구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국내산이든, 해외산이든 붙박이장 설치 전 PB가 보관된 '문제의 어떤 동일한 장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