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 폭주족이란 오명도 있지만 묵묵히 생계를 꾸려가는 배달업 청소년들도 많다. 그러나 사회의 무관심속에 이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기 일쑤다.

양주시에 있는 한 배달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영주(가명·18)군은 "그만두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업주의 협박 때문에 수개월째 반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건당 2천원을 받고 배달을 시작했으나 일이 힘들어 그만두려 하자 업주가 "도망가면 잡으러 간다"며 협박했다는 것이다. 김군은 오토바이를 험하게 운전한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머리와 가슴 등을 주먹으로 몇 차례 맞은 경험 때문에 일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박모(18)군은 6개월 전 양주의 한 피자가게에서 배달일을 하면서 법정에 설 뻔했다. 여고생 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된 업주가 '여고생이 먼저 유혹했다'는 진술을 해 달라고 강요하고 녹취까지 하며 법정증인으로 나와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군은 2주 만에 가게를 박차고 나왔다.

의정부에서 피자배달을 하는 정모(18)군은 지난해 12월 배달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피자를 배달시킨 40대 남성이 "배달이 너무 늦었다. 식은 피자를 어떻게 먹냐, 너 같으면 먹겠냐"며 피자를 정군의 얼굴에 내던진 것이다. 배달을 끝내고 돌아온 정군에게 업주는 오히려 "급여에서 깎겠다"며 책임을 물었다. 실제 일부 업주들은 배달이 늦거나 배달사고가 날 경우 벌금형식으로 급여를 깎고 있다.

노모(19)군은 지난해 양주의 한 대형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할 때 업주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허락을 받아 하루 결근했는데 나중에 월급에서 그날 일당이 빠져있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근로자는 1주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1주일 개근할 경우 하루 유급휴가를 얻을 수 있지만 노군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기북부 곽미정(44) 청소년 상담사는 "청소년 배달원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일해 일하다 다쳐도 고용불안 때문에 산재신청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배달노동 종사자의 숫자나 사고 발생률 통계조차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곽 상담사는 "사회는 이들의 생명이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업체는 생명을 담보로 한 배달경쟁을 중단하고 소비자는 이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