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듀런트, 왕수민·한상석 역, 민음사, 각권 630쪽 내외, 각권 2만3천~3만원.

인류 문명사 탐구에 평생을 바친 사상가 윌 듀런트(Will Durant·1885~1981)는 이른바 문사철(文·史·哲)을 외치던 세대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전 세계인을 철학의 길로 이끈 베스트셀러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와 약간의 평론을 제외하고 일체의 저술활동을 중단한 채, 50여 년에 걸쳐 인류의 문명사를 통찰한 열한 권의 대규모 저작을 쏟아냈다. 그것이 바로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시리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는 문명 이야기 시리즈 총 11권 중 제1권 '동양 문명(Our Oriental Heritage)'과 제2권 '그리스 문명(The Life of Greece)', 그리고 제5권 '르네상스(The Renaissance)'를 번역, 출간했다. 시리즈의 나머지도 곧 출간할 계획이다.

19세기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한 권 쓸 계획이었던 듀런트는 19세기 역사는 이전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의 모든 문명을 아우르는 역사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리고 그는 보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수차례의 유럽 방문, 이집트와 중동지역, 인도, 중국, 일본,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등지를 탐방, 연구했다.

제1권 '동양 문명'에서는 먼저 문명의 기원과 성립 조건을 논한다. 그는 문명의 요소로서 노동, 가족, 법, 도덕, 종교, 과학, 철학, 문학, 예술 등을 꼽는데 이 기둥들을 바탕으로 인류의 문명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 문명이야기 5권은 르네상스 시대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인 '성베드로성당'.

제2권 '그리스 문명'에서는 크레타의 선사 문명, 호메로스 시대, 부상하는 스파르타와 아테네, 페리클레스 통치하의 전성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의 패배로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펠레스, 프락시텔레스, 데모스테네스, 디오게네스 등 천재들의 찬란히 빛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제5권의 '르네상스'에서는 1304년 페트라르카의 탄생부터 1576년 티찌아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매혹적이고 활기 넘치는 이탈리아가 찬란한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초상화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근대 문명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코시모 데 메디치,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키아벨리, 율리우스 2세, 미켈란젤로 등도 만날수 있다.

/김선회기자

▲ 율리우스 2세 시절 미켈란젤로가 로마의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천지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