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영 (한국관광공사 금강산지사장)
2011년 7월7일 0시 15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하얀 종이에 영어로 평창 2018 이라는 글씨를 들어올리자 대한민국에 감동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어느 신문은 평창의 경제적 효과가 향후 10년간 6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기사를 싣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국운이 상승할 또 한번의 호기를 맞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몇 번을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다. 그럼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코멘트는 없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민족적 쾌거'라는 한마디만 해줬으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잠시나마 훈풍이 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평창 유치에 성공하였지만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남북공동 개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전성과 신변 안전보장의 어려움을 들어 공동개최는 불가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남북화해 무드조성과 남북한 공동의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공동 개최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은 IOC에서 평창에 개최권을 준 것이므로 공동개최는 불가하다 하고 IOC측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공동개최와 분산개최는 엄연히 다르다. 공동개최가 어렵다면 분산개최쪽으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평창이 올림픽 유치후 처음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에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보 페리아니 FIBT 회장은 심지어 "분단 상황에서도 스포츠가 통일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행사로서가 아니고 실질적인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서 시야를 멀리 보면 어떨까? 혹자는 말한다. 북한을 끌어들이려면 북한의 인프라가 너무 열악해서 불가하다고. 그러나 아직 7년이나 남아있어 경기장, 호텔, 도로 등 기반시설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바로 이때가 북한을 변모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북한과의 관계를 관광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북한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아주 매력적인 미지의 세계다. 지구상에서 아무나 함부로 가 볼 수 없는 오지다. 이것이 바로 관광객들이 북한에 매료되는 이유다. 안전하고 편한 것만이 관광자원이 아니다. 남한 단독으로 개최하는 것보다 북한과 분산개최한다면 세계인의 눈과 귀가 북한에 쏠리게 된다. 여태까지 가려졌던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볼 수 있다는 호기심이 작동하면 광고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북한 전역을 방영하는 방송 수입만 해도 엄청나 생각할 수도 없다. 아마 역대 하계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대회도 이만한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관광, 스포츠 분야만 놓고 볼 때도 이러한데 다른 분야까지 거론하면 시너지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현재 통일에 대비해서 통일세를 준비해야 한다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향후 10년간 65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낸다면 바로 이것이 통일세, 즉 통일 비용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어찌보면 세계인의 성금으로 우리의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또 우리가 그토록 요구했던 북측의 개방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누군가 읊조린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 그러나 같이 가면 오래갈 수 있다"고.

우리 같이! 오래! 멀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