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산사태로 인하대 발명동아리 10명의 학생들이 숨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의 펜션 매몰 현장을 찾은 유가족이 펜션에 남아있던 희생학생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춘천/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함께 자전거여행 가기로 했었는데…."

날씨마저 잔뜩 흐렸다. 부슬비를 흩뿌리고 있는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했고, 친구를 잃은 학생들의 얼굴은 침통함으로 가득찼다.

27일 오후 3시 인하대학교 학생회관 앞. 참사가 발생한 강원도 춘천으로 가는 버스 앞으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밥먹고, 같이 수업받고, 같이 놀러다디던 친구, 선·후배들의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학생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듯 다들 넋이 나가 있었다.

애도의 뜻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 등을 차려 입었고, 부득이하게 따라 나서지 못하게 된 다른 학생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친구들의 등을 토닥였다.

고(故) 이민성(26)씨의 학과 선배는 "민성이는 굉장히 쾌활한 후배였다. 유머도 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며 "학교 다닐때는 거의 매일 같이 점심을 먹고, 생활을 함께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방학에 민성이와 함께 자전거 타고 인천 곳곳을 여행하기로 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 최민하(20·여)씨의 과 선배인 정다혜(21·여)씨는 "아직까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일단 춘천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학교로 왔다"고 했다. 그는 또 "민하는 공부도 잘하고, 너무 착한데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한 여학생도 "민하가 학과 후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절친하게 지냈던 후배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울먹이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학과 학생 중에 3명이 숨진 생활과학대 학생회장인 최동희(26)씨는 이날 오전 비보를 접하고 바로 춘천으로 향했다. 오후 5시께 병원에 도착한 그는 "다친 친구들에게 일부러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안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숨진 학생 3명은 모두가 긍정적이고 매사에 열심히 했던 학생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인하대 재학생 50여명이 춘천으로 갔다. 사고 소식을 접한 졸업생들도 후배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하던 일을 제쳐둔 채 춘천으로 향했다. 아이디어뱅크 동아리에서 3년간 회장으로 활동한 복명균(38)씨는 "이미 동아리 출신 선배 10명이 현장으로 떠났다"며 "이번에 사망한 학생 가운데 3년 전 자신의 결혼식때 축가를 부른 학생이 있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임승재·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