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엔 허리까지 진흙… 집기들만 고스란히
주민들 "굉음과 함께 순식간… 안타까울뿐"
27일 오전 산사태로 인하대 학생 등 13명이 사망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일대는 '진흙쓰나미'가 덮친듯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이날 오후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앞 도로는 진흙이 발목 높이까지 들어찼고 이들이 묵었던 2층짜리 펜션 2개동도 거대한 흙더미에 쓸려나가 그 형체를 찾기 힘들었다.
사람 허리만큼 진흙이 차있는 펜션 내부에는 커피믹스와 각종 인스턴트 식품, 주전자, 전자레인지 등 학생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흙더미에 묻힌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 0시8분께 기차가 지나가는듯한 굉음 소리와 함께 흙더미가 마을로 쏟아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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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묵었던 펜션 바로 옆에서 막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잠을 자고 있는데 기차가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려 깨보니 옆 펜션이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모텔에서 묵었던 강원대 학생 수십명은 간신히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이모(61)씨는 "흙더미가 강원대 학생들이 묵었던 모텔까지 덮쳤으면 수백명이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을 것이다"며 "숨진 인하대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울먹였다.
천전리 일대에서 음식점 등을 경영하는 일부 주민들은 인하대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하러 강원도까지 와서 변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인하대 학생들이 매몰됐던 천전리 일대는 이날 오후까지 복구작업이 계속됐다. 소방당국과 경찰 250여명은 삽과 포클레인 등을 동원, 마을에 쌓여있는 토사를 연방 걷어냈고, 더 있을지 모를 희생자 구조작업 등도 함께 진행했다.
강원대 병원 장례식장에 모였던 유족 20여명도 이날 오후 4시께 사고 현장을 찾아, 당시 상황을 관계 공무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날 산사태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인하대학교 학생 10명과 주민 1명, 신원 미상 남녀 2명 등 모두 13명(오후 5시 현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는 26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 강원대 장례식장을 찾은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이본수 인하대 총장은 유가족들에게 "가족들이 원한다면 시신을 인하대 병원으로 옮겨 장례를 학교장으로 치르겠다"라며 "학생들이 편히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 인하대 사망자 명단
▲김유라(20·여)/ 생활과학부 ▲김유신(20)/ 섬유신소재공학 ▲김재현(26)/ 선박해양공학 ▲신슬기(22·여)/ 생활과학부 ▲이경철(20)/ 전자전기공학부 ▲이민성(26)/ 섬유신소재공학 ▲이정희(25)/ 컴퓨터정보공학 ▲성명준(20)/ 생명화학공학부 ▲최민하(19·여)/ 생활과학부 ▲최용규(21)/ 생명화학공학부 (이상 10명. 가나다순)
춘천/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