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모든 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펜션 매몰현장에서 살아남은 인하대 학생들은 28일 공포에 떨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범석(27·인하대 4)씨는 경인일보와 전화통화에서 "2층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펜션에 토사가 들이닥쳐 탈출할 수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2층에는 그렇게 많은 토사가 들이닥치진 않았지만 1층을 보니 방안이 토사로 가득찼을 정도였다"며 "1층 출입구가 막히고 창문은 나무 등에 막혔다.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너무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조된 뒤에도 동료 회원들에 대한 걱정으로 담요 한장만 걸친 채 사고현장을 지켰다.

이씨는 "동료 회원들이 걱정돼 자리를 떠나지도 못했다"며 "토사 속에 갇혀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고 사고당시 심정을 전했다.

인하대 4학년 신태진(24·안산)씨는 "투숙은 2층에서 했었는데, 사고 당시에는 1층에 내려와서 후배와 이야기 중이었다"며 "잠시 비를 살펴본다고 나왔는데 큰소리가 들려 뒤를 보니 산이 나에게로 급격히 다가왔다. 순간 멈칫했고 피할 새 없이 흙에 파묻혔다"고 강원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현장을 전했다.

신씨는 "당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며 "같이 왔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생각하니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 등 생존자들은 강원대 병원, 인하대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생존자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너무 충격적이라 생존자들끼리는 사고현장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사고 이야기만 들으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