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건물도 많아 폭우땐 지반 약해져 불안
숙박시설로 분류안돼 점검 안받아 '안전사각'
전망 탓에 산등성 조성 선호해 대책마련 절실


인하대 학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춘천 산사태 참사로 펜션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인천 강화지역의 펜션과 민박도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3·22·23면

28일 오후 강화 동막해수욕장 인근 해안도로를 따라 줄줄이 들어선 펜션들. 해안가 옆에 위치한 펜션이 대부분이었지만, 산등성이를 깎아 조성한 절개면과 산자락 아래에 있는 펜션도 적지 않았다.

집중호우시 지반이 약해져 춘천과 같이 산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 일대 펜션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조립식 건물이 많아 더 위험해 보였다.

이처럼 위험한 곳에 펜션이나 민박이 들어설 수 있는 이유는 위치 등에 상관없이 230㎡ 미만의 주택에 간단한 소방시설만 갖추면 신고만 하고 영업할 수 있기 때문. 또 숙박시설로 분류돼 있지 않아서 재난재해와 관련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도 돼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새로 조성되는 펜션이 '전망'을 위해 모두 산으로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펜션들이 이미 해안가를 차지해 버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짓기 위해선 결국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강화군 해안가를 따라 있는 산등성이마다 펜션을 짓기 위해 조성된 절개면이 흉하게 드러나 있었다.

강화군 관계자는 "펜션을 전망이 좋은 곳에 지으려다 보니까 무리하게 공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며 "각 면·리마다 산사태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펜션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춘천 참사를 지켜본 관광객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동막해수욕장에서 만난 이시철(39·김포시)씨는 "산사태가 나더라도 건물이라는 게 사람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일정시간은 버텨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펜션들은 산사태가 나면 통째로 휩쓸려갈 것 같다"며 "심지어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해서 만든 펜션도 있는데 규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강화군에 등록된 펜션은 모두 630개. 군은 신고하지 않은 펜션을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림청은 28일 강화군을 포함한 인천의 9개 군·구를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선포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