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번 폭우와 관련, 경기도와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허술한 방재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의정부와 동두천 등에 700㎜ 등 물폭탄이 쏟아졌으며 31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8월 5~9일 의정부에 최고 775.0㎜ 등 평균 409.2㎜의 집중호우로 127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이후 13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다. 7천여가구의 주택침수와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627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데는 행정당국의 허술한 방재시스템 운영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 경사지 관리 허술 = 도는 최근 5년간 수해방지를 위해 7천793억원의 수해방지 예산을 투입했지만,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30명의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은 산사태로 인해 숨졌다. 도내에서는 이번 폭우로 남양주 18건, 포천 10건, 연천 13건 등 모두 82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18㏊가 무너져 내렸다. 도는 산림재해 취약지로 도내 224개소 169.2㏊를 선정, 관리하고 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사태 지역은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은 인·허가를 받은 건축물도 관리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이에 경사지나 계곡 주변 등 위험지역의 무분별한 건축과 당국의 허술한 인·허가가 이번 참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느슨한 방재기준 = 산사태 외에 급류와 주택침수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났다. 특히 광주에서는 곤지암천 범람과 주택침수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곤지암천의 경우 매년 수해방지 공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9월에도 시간당 10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최근까지 실촌읍 만선리와 연곡리 1.3㎞ 구간에 75억원을 들여 복구와 개선공사를 벌였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경안천변 송정배수펌프장은 침수돼 무용지물이 됐고 상당수 주민들은 대피방송조차 듣지 못했다. 이 밖에 배수펌프장 용량부족과 우수저류시설 부족 등도 비 피해를 키웠다. 주택가 침수는 1970~80년대 묻은 하수관로가 지역에 따라 10~30년 설계빈도 강우량에 대비한 용량이라 이번 폭우에 버티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상당지역은 시간당 강우량 30㎜만 감당할 수 있는 직경 300㎜ 크기로 설계됐다. 도 관계자는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적 현상이 돼 버렸다. 수해방재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