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고장 난 건 아니다. 지구상의 물 13억6천만㎦는 30억 년 동안 같다는 게 지구물리학자들의 정설이다. 이중 13억5천만㎦가 바다, 강, 빙하, 호소(湖沼), 개천 등 지표면의 물이고 840만㎦가 지표 밑 5㎞까지의 흙, 암석의 지하수다. 그럼 나머지 물은 어디 있을까? 그게 바로 지구에서 증발하는 연간 약 39만5천㎦의 수분으로 지상 약 11㎞까지의 대기 중에 수증기 상태로 있다가 비로 내리는 것이다. 물은 끝없이 순환(循環)한다. 바다와 뭍에서 증발해 대기가 되고 비와 눈으로 내리고 다시 강→바다로 가는가 하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미역국에 사용한 물이 고대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한 물일 수도 있고 방금 마신 커피 물이 악처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에게 끼얹던 개숫물일 수도 있다.


중국 언론은 지난달 29일 한국이 104년만의 '터따훙짜이(特大洪災)를 만났다(遭遇)'고 했고 '이미 60명의 사망과 10명의 실종이 조성(造成)됐다'고 보도했다. '특대'는 특대지만 '사망과 실종이 조성'되다니! 어쨌거나 지구 구석구석 이런 특대 폭우와 홍재(洪災) 지역이 있다면 최악의 수분 증발 지역도 있게 마련이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의 60년만의 가뭄과 중동지역, 그리고 오클라호마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등 미국 중부의 지독한 가뭄과 더위로 인한 물 증발이 그렇다. 지난달 22일자 인민일보는 '미국 중동부의 43도 고온이 22조(條)의 인명을 탈주(奪走)했다'고 썼다. 목숨을 '뺏어 달아나다'니!

폭우와 호우의 연속인 한반도의 하늘은 고장도 이변도 아닌 자연현상일 뿐이고 끝없는 물과 빗물의 증발과 강우의 지구환경, 그 대순환의 장엄하고도 무서운 원리일 따름이다. 아열대성 기후 변화로 강우량은 해마다 늘어날지도 모른다. 국민의 고혈(膏血)을 짜내듯 거둔 세금이라면 국민의 목숨부터 자연재해로부터 보장해 주는 장치 구축에 쓰는 게 우선순위다. 배수구 확장과 하천 정비, 산사태 등 붕괴 방지 시설 등이 급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