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내에서 쓰레기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9개 단지(8천여세대)가 들어서 있는 송도2공구에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이하 집하시설)의 50% 이상이 고장 나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아파트 단지내에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3일 오후 3시께 송도2공구 P아파트 단지. 아파트 동 사이에 위치한 집하시설 앞에는 음식물 쓰레기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민들이 집하시설이 고장 나 이용이 불가능하자 그 앞에 쌓아둔 것이다. 심한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주변에 다가가자 날파리떼가 날아올랐다.
P아파트 관리과장은 "하루에 몇 번씩 경비들이 고장 나지 않은 집하시설로 쓰레기를 가져다 버려 그나마 이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경비들도 쓰레기 냄새가 너무 심해 곤혹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경우 4개의 집하시설 중 2개가 고장났다. 인근 I아파트는 상황이 더 심각해 9개 중 7개가 고장난 상태.
송도입주자연합회 문흥기 간사는 "현재 9개 단지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의 집하시설이 고장 나 쓰레기가 적치되고 있다. 앞으로 더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며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던 집하시설을 경제청에서 들여다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입주자연합회 등에 따르면 이들 집하시설은 인천경제청의 주도하에 입주민과 사전협의 없이 설치됐으며, 2005년도에 준공된 뒤 잦은 고장으로 경제청에서 몇 차례 수리를 했다. 2009년에는 시공사에서 6억3천만원을 들여 전체 집하시설을 수리했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고장이 났다. 주민들은 고쳐봤자 어차피 다시 고장이 나기 때문에 막대한 유지보수비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고칠 방안도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송도입주자연합회 박한준 사무처장은 "송도 4공구부터는 시설자체가 바뀌었다. 이 시설이 불량품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고쳐봤자 또 고장 날 텐데 계속해 큰 돈을 들여 고칠 수 없다"며 "백 번 양보해 집하시설을 고치려고 한다 해도 지금은 부품이 없어 고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집하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테니 쓰레기를 모아두면 청소차라도 와서 수거해 달라고 하소연하지만 경제청에서는 이런 요구마저 묵살하고 있다. 아파트 내부 시설물이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보수해야 하며 송도에서는 집하시설 이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전수거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경제청 관계자는 "2공구 쓰레기집하시설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간 경제청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보수를 해왔다"며 "이제는 더 이상 집하시설 보수를 도와줄 수 없다. 주민들이 개선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 쓰레기를 쌓아두더라도 수거해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집하시설은 진공흡입 원리를 이용해 지하에 매설된 관로로 생활쓰레기 및 음식물쓰레기를 집하장까지 고속공기로 이송, 수집해 중앙집중식으로 처리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설치당시 인천시는 쓰레기차의 소음과 쓰레기 악취를 없앨 수 있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라고 홍보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