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달자 (시인)
그대는 이 여름의 주인공이다. 그대는 이 여름에 새로운 자신을 재창출한다.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를 가지면서 그대는 이 여름 자신의 일생에 가장 특별한 신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다. 이 여름 당신의 신화가 시작된다.

사계절 중에 특히 여름에 사람들은 휴가를 즐긴다. 휴가는 노는 일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조적인 일이며 노동이며 일이다. 그 노동과 일은 아름다운 것이며 선량한 것이며 사랑하는 일이 되는 일이다.

그대는 이제 새로운 변화의 주인공이 된다. 지금껏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던 일, 지금껏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 지금껏 단 한 번도 계획했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여름에 그대는 땀을 흘리고 그대는 피를 흘리고 그대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픔이 아니라 창조이고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도전이며 그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불가능이 아니라 이미 그대의 마음에서 시작한 출발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대는 그대가 원하고 부러워하고 이 시대에 놓쳐서는 안 될 사랑하고 싶은 일을 이 여름에 달성시키는 만족감으로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받는 행복과 내가 주는 행복이 가장 접근성이 강한 행복의 형태인데 이 여름에 그대가 갖는 행복은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행복이 될 것이다.

이번 여름의 폭우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곧 가을의 결실이 오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행복의 첫 문을 열어야 할까.

나는 첫 번째로 그대가 자신부터 자신을 아는 일로 출발했으면 한다. 누구나 자기가 누군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 여름에 진지하게 혹은 재미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 보면 어떨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아름답다라고 말하는지,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사람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어느 대목에서 화를 내는지 분노하는지 그래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가장 감동을 받는지, 나의 자랑은, 그래서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나의 결점은 무엇인지, 결정적인 실수는 어떨 때 하는지 적어 보는 것을 권한다. 자신이면서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렇게 적어 보면 자신이 보이고,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보완해야하는지 보이지 않겠는가. 자신을 안다면 속도가 날 것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걸 해서 뭐해"라고 하거나 "아이고 세상이 귀찮아"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세상은 변하고 그 변화 속에서 그대는 살아남아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대는 행복해야 하니까, 그대는 당당해야 하니까, 그대는 자신감으로 든든하니까, 바다에서 산에서 계곡에서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 물어라. 그리고 수첩을 꺼내 힘주어 적어 보아라.


두 번째는 이 여름에는 내가 하는 일 외에 늘 그리워하거나 한번 쯤 해 보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게 어떨까. 사실 여름은 더위로 사람을 무력하게 하지만 그 더위를 물리치고 일어서는 힘은 여름에 더 강하다. 나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시를 열편쯤 외우면 어떨까. 무슨 행사 때 부르는 18번 노래보다 18번 시를 외우며 암송한다면 그대는 한 단계 더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암송하는 일은 어떤 기쁨보다 크다. 그리고 스스로 즐거워진다. 별밤을 바라보거나 바닷가에서 유창하게 그리고 정감있게 시를 낭송해 보라, 행복해질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장기를 그대는 가지게 될 것이다. '그깐 시'라고 말하지 마라. 자신이 능숙하게 암송하는 시는 그대가 가진 재산의 통장하나보다 힘이 있을 것이다.

돈 들이지 않고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돈도 들지 않는다. 그대는 머리가 환해지고 명석해지고 버스 속에서, 지하철 속에서, 거리에서 시를 외워보라. 그리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잡고 시를 낭송하면 그대가 몰랐던 기쁨이 찾아 올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느낀 당당함도 조금씩 일어 설 것이 뻔하다.

세 번째는 너무 흔한 이야기지만 이번 여름에 죽어도 읽겠다는 책 세권을 사라. 여름엔 독서가 제격이다. 어떤 책이건 미루어 두었던 책들…. 곤충에 대하여, 새에 대하여, 꽃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계발서나 아니면 시집을 사라. 그리고 읽고 감상문을 적기도 하고 친구에게라도 편지를 써라. 무슨 책의 어떤 부분이 가슴에 남는다고. 그대는 상상한 것 보다 훨씬 인생을 적극적으로 사는 만족을 얻을 것이다.

그대가 떠나는 바캉스의 배낭 속에 하다못해 "그런 걸 뭘 읽느냐"고 빈정거리던 책이라도 몇 권 넣어라. 그러면 그대는 이 여름에 열심히 성실히 열정을 가지고 산 사람의 대표격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 가야하지 않겠는가. 재 충전, 바로 당신이 폭우와 폭염으로 들끓는 이 계절의 과제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이 여름의 찬란한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