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다 뭐다 하고 있는데 명색이 대기업이 고작 동네 골목시장이나 개척해서야 되겠습니까?"
9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삼산농산물도매시장 후문 인근 식자재 도매상점 밀집 골목.
이곳에는 △△식자재, ○○건어물, ××잡화 등의 간판을 걸고 주로 식당에 납품하는 음식 재료와 소모품을 판매하는 도매상점 40여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들 도매상점은 2001년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이 문을 연 뒤 업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지역에서 대표적인 식자재 도매상점 구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당장 언제 장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공포감에 짓눌려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상그룹 계열사인 '중부식자재'라는 식자재 도소매업체가 100여m도 안 되는 거리에 연면적 600여㎡ 규모의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골목에 있는 식자재 업체 태광식품 사장 양병우(50)씨는 요즘 들어 부쩍 상인들끼리 갖는 술자리가 많아졌다. 대전지역에 유사한 대상 계열사가 들어서 지역 도매시장이 초토화됐다는 소식이 남 얘기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양씨는 "대형도매점 반경 1㎞ 안에 있는 도매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한 곳이 부지기수라고 들었다"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방도를 찾고 있지만 자본싸움이라는 생각이 드니 딱히 생각나는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천농물산 사장 김광식(44)씨는 "대기업이 손쉽게 중소도매업체를 인수해 정보력을 갖추는 방식으로 밑바닥 시장을 파고드니 비겁하다"고 말했다. 업주들뿐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도 걱정이다. 정이식품에서 일하는 백승진(32)씨는 "매출이 줄어 직원 수라도 줄이기 시작하면 당장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상인 김경호(52)씨는 "기업이 돈을 벌겠다는 데야 뭐라 할 순 없지만 대기업이면 해외 다른 나라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위험부담이 없는 안정된 기존 시장에 뛰어들려 하는 게 무슨 대기업이냐"고 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