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웅 (인천 동구선관위 사무국장)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니까)'. 미국의 제 42대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이 쟁쟁한 경력의 현직 대통령 조지 H 부시를 물리치고 백악관 주인이 되는 데 활용했던 유명한 슬로건이다. 여기서 필자의 관심은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포착하여 그 대안을 간결하고 호소력 있게 제시한 클린턴의 영민함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자로서의 투표자들에게로 향한다.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투표 행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과거의 업적과 실패에 대한 평가를 우선시하는 '회고적 투표'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에 중점을 두는 '전망적 투표'다. 경제성적표처럼 피부에 와닿는 현실을 근거로 징벌적 혹은 보상적 심판을 내리는 전자에 비하여 후자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예측과 관련되기에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망적 투표를 배제한 채 상대적으로 수월한 회고적 투표에만 의존하기엔 정책선거 실현수단으로서의 전망적 투표의 효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 나아가 근래 시대적 화두가 된 무상급식이나 대학등록금을 비롯한 복지정책 그리고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전망적 투표는 역시 유용하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전망적 투표의 기준과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정당과 후보자들에 의해 제시되는 비전과 정책들은 나름대로 가치와 논리를 담고 있어 과연 어느 것이 나라의 앞날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더 나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필자는 헌법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헌법 제 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난 63년 동안 '민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공화'를 등한시한 결과, 지금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공화주의(共和主義)'란 미덕을 갖춘 시민이 자신의 사적이익을 양보하여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공공선(公共善)을 앞세울 때 비로소 자신의 행복도 증진된다는 지혜를 일깨운다.

지도층이 선공후사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함이나 정당들이 공익을 위한 정책에서마저 이전투구를 일삼는 모습은 바로 이 '공화'의 정신이 부족한 증거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한 시대의 정치 수준은 국민 일반의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공화의 정신이 부족한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우리 유권자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오는 10월 26일에 실시되는 하반기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제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및 제 18대 대통령선거 등 그 규모와 성격이 각기 다른 몇 개의 투표가 우리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투표를 통하여 유권자들은 심판자와 설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 수행평가 결과는 각종 연고와 금품·향응에 휘둘리거나 비방·흑색선전 또는 피상적인 이미지에 현혹된 가운데 투표하느냐, 아니면 자질과 미덕을 갖춘 '민주공화국민'으로서 '공공선'을 최우선적 잣대로 삼아 투표하느냐에 따라 그 명암이 갈릴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분명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