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통 큰' 결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7천억 원을 웃도는 지분 매각 규모이다. 이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누구일까? 대기업이 사업철수를 하는 마당에 선뜻 삼성의 지분을 인수하려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아무도 없다. 굳이 찾자면, 글로벌 MRO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날을 기억해야 한다. 홈플러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존재가 문제 해결의 장애로 등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한국의 동반성장을, 때로는 반시장적으로 비쳐지는 그런 일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 대신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것인가?
둘째,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MRO 시장의 선두 주자는 LG 계열의 서브원이다. 2010년 서브원의 영업이익률은 4.9%이다. 한국 전체 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5.9%보다 낮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MRO 기업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해도 결코 대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계열사 MRO를 통해 자재를 구입하는 다른 계열사는 뒤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쥐어 짠' 납품단가는 MRO 기업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
셋째, 이번 게임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다. 그 동안 고강도 압박을 하던 정치권이 환영일색의 찬사를 보낸 것만 봐도 삼성은 일단 이득을 챙겼다. 역시 삼성이라는 국민들의 찬사도 삼성이 챙기는 몫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은 최대 7천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다는 사실이다. 2000년 아이마켓코리아를 설립할 때 삼성 계열사가 납입한 자본금은 106억 원에 불과하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10년 7월 30일 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 그리고 지분 매각을 발표한 8월 1일 삼성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은 5천570억 원이다. 그러니까 지분을 매각하면 5천464억 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2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경영프리미엄은 덤이다. 동반성장을 불러 온 근원적인 문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이다. MRO 시장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동반성장의 상징과도 같은 시장이다. 따라서 MRO 시장의 해법이 향후 동반성장 해법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의 지분매각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한 번 내려간 가격은 인위적으로 올리기 어렵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주인이 누가된들 납품단가 인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그 동안 80원에 사서 쓰던 제품을 100원에 사다 쓸 삼성 계열사는 한 군데도 없다. 지난 7일 SK는 MRO 자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아마도 다른 대기업도 MRO 문제에 골머리는 앓고 있을 것이다.
진정 중소기업과 한국경제를 위해 동반성장 해법을 내놓고 싶다면, 납품단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결정은 '통 큰'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활기를 찾게 되는 중소기업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88%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웃을 수 있는 것이 정치권에서 보내는 환영의 박수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