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희 (경원대 석좌교수)
최근 세계경제가 보이고 있는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대 불안 요인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이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남부 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로 불안하던 국제금융시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증액 한도협상'과 뒤이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물가불안으로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고 일본 경제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30년대 대공황 이후 100년만의 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선도한 국제 공조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개인과 금융권의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주된 원인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부실 채권을 사주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169조원을 조성하여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복원시켰던 방식과 유사하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쏟아부은 돈이 2조4천억 달러나 되는데도 미국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이었는데, 2분기에도 1.3% 밖에 안 되어 금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최근 향후 2년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조치도 향후 미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8월 6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현재 최상급인 AAA에서 AA+로 강등 조치하고, 고조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국제금융시장을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국제경제의 혼조 앞에서 우리의 관심은 과연 우리 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잘 비켜갈 수 있는가에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위기에 시스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환율, 주가 등을 종합한 위기 단계별 경고 사인이 울리게 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여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EWS는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유용하게 활용된 바 있다. 정부는 외환 보유고, 단기외채비중, 외국인 주식비중 등이 2008년과는 크게 달라 위기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위기의 핵심이 과거와 같이 신용경색이나 외화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중심 경제권의 재정적자라는데 있다. 기업· 금융· 가계 부채는 국가가 해결하여 줄 수 있는데 국가의 재정문제는 해결하여 줄 주체가 없다.

우리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한 해 만도 국민총생산의 3.6%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바 있다. 국가부채가 아직은 30% 초반에 있다고 하나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건전 재정을 위해서는 정부 세입은 늘리고 세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최근의 복지논쟁과 다가올 선거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과제다.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 방지 차원에서 건전재정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외화 유동성 관리와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 대응도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지난 금융위기 때의 미국·중국과의 Swap도 잘 작동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내수비중을 높여 외부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위기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 중소기업 발전,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등 우리 경제의 장·단기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어려울 때 더욱 멀리 내다보며 일하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세계가 모두 걱정하는 그리스는 EU의 지원도 받고 관광수입도 큰 나라인데 우리는 어려우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라 위기에 대한 자세도 남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