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한국 화단을 이끌어갈 프로를 꿈꾸는 예고 학생들의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안양예술고등학교(교장·최은희)는 26~30일 안양아트센터 갤러리 미담에서 미술과 작품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는 1년간 교양과정을 거쳐 전공을 선택한 한국화(18명)·서양화과(23명)·디자인과(19명)·조소과(15) 등 4개 과 2학년 학생 75명 전원이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학생 수만큼이나 각 미술 장르의 특성을 한껏 살린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다채로운 표현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소개돼 흥미를 돋운다.
조소과 황현정양은 또래 학생들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인 햄버거를 통해 세상사를 풍자했다.
점토의 일종인 '스컬피(sculpee)'를 사용해 아무 생각없이 즐기던 햄버거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고통에 빠진 인간의 표정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명 '악'은 놀랐을 때 무의식적으로 지르는 소리이자 한자 '惡(나쁠 악)' 등 동음이의어로도 해석이 가능한 열린 제목으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또 서양화과 김현서양은 'Janus(야누스)'를 통해 현대인들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김양은 어쩔 수 없이 의식하게 되는 타인의 인식을 대변하는 얼굴을 덮고 있는 단단한 석고가 조각조각 깨어져 나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디자인과 김지아양의 패치워크 기법으로 작업한 미니드레스는 청색, 남색, 빨간색 등 세가지 색의 원단을 서로 다른 모양으로 잘라 퀼트식으로 다시 작업한 뒤 금색 지퍼로 포인트를 줘 예비 디자이너로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재활용쓰레기통에 버려진 소주병을 은은한 초록빛 조명기구로 부활시킨 'G89W30'(디자인과 임수민 作)과 청각 장애 음악가였던 베토벤과 전자 기타를 배치해 음악의 진정성을 유쾌하게 표현한 '귀머거리가 되어도 좋으니 내게 락을 들려주오'(서양화과 송수광 作),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 배경인 공장을 세 화면으로 분리해 수묵으로 표현한 후 아크릴판에 각각 담아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원일정밀 허정열'(동양화과 허수경 作) 등 다양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은희 안양예고 교장은 "치열한 경쟁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예술학도들의 에너지가 작품 수준을 떠나 가슴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며 "예비작가인 학생들이 전인적인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031)687-0500
/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