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프랑스 사람들은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드디어 히틀러가 등장했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들을 소집하는 등의 여유를 부렸습니다. 마지노선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은 벨기에를 가로질러 프랑스를 공격했습니다. 모든 방어 전략이 마지노선을 중심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도가 견고하면 나라가 위태롭다'.
모든 위기는 안주하는 순간 찾아듭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8명의 직원뿐인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가 삼성전자(2004년)와 LG전자(2007년)를 찾아와 사업제휴를 제안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삼성과 LG는 애니콜 신화와 초콜릿폰 신화로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사의 앤디 루빈은 지금 구글의 부사장이 되었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삼성과 LG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들의 큰 실수는 이렇듯 집단을 위기로 내몰게 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만 때문입니다. 성공신화는 자긍심도 주지만 아울러 또 다른 성공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로 알려진 퓨마는 겨우 1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마리가 페루국립동물원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 귀한 퓨마를 위해 초목이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곳을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모두 퓨마의 먹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녀석이 좀처럼 사냥감을 덮치지 않고, 그저 관리인이 갖다 주는 고깃덩어리를 먹고 동굴에 틀어박혀 잠만 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정기적으로 암놈을 빌려다가 퓨마의 고독을 달래주고자 했습니다. 이것 역시 효과가 없었습니다. 녀석은 암놈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햇볕이나 쬐다가 그저 굴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퓨마의 경쟁자가 존재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어느 관람객의 조언을 들은 공원관리자는 표범 3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났습니다. 표범이 나타난 뒤 퓨마는 더 이상 낮잠 자는 일도 없고, 굴 안에 처박혀 있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때로 산위로 올라가 목을 쭉 빼고 포효하며, 수시로 주변을 순찰하고, 사납게 으르렁대며 표범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파라과이에서 온 암놈이 새끼를 낳는 경사도 벌어졌습니다.
경쟁상대가 없다면 진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적과의 경쟁은 활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변화는 고통도 주지만 동시에 기회도 줍니다. 변화는 이제까지 이뤄온 자신의 성공신화를 버릴 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삼성과 LG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성공신화를 버리고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때입니다. 적의 존재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의 출현을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도종환의 '단풍 드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