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후보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파장이 증폭되는 가운데 교육감 직선제를 보완할 공동등록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30일 낮 취임 1주년 기념 기자단 오찬에서 "시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공동등록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부도 원래 그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내가 국회에 있을 때 러닝메이트를 제안했으나 정치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어 포기했다"며 "공동등록제는 시장과 교육감이 파트너가 되는 것이므로 중립성이 보장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직선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점진적 개혁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유리한 기호를 뽑는 교육감이 당선된다는 '로또 교육감'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교육감과 시장의 불협화음으로 혼선도 많았지만 공동등록제는 이런 부작용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검토를 한 결과 현장 접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우선 내년 4월 시행되는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 도입해보고,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곽 교육감 관련 수사에 대해선 "교육계로선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언급하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도 29일과 30일 한나라당 정두언, 박영아, 조전혁 의원 등이 차례로 직선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간선제,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ㆍ교육의원을 광역자치회의 동의를 얻어 광역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기 위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30일 밝히기도 했다.
교육감 공동등록제는 지난 5일 충북대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서 교과부 후원으로 열린 세종시교육감 선출방식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종전 교육감 선거과정이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인데도 투표율이 낮고 주민의 무관심을 받고 있으며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갈등을 빚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후보자 공동등록제를 제안했다.
공동등록제는 교육감후보자와 시장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공동으로 하는 방식이다.
이때 유권자는 별도의 투표용지와 투표기호(시장 1명, 교육감 1명)에게 각각 투표하되, 공동등록 후보자에게 동일한 투표기호를 부여한다. 교육감 후보자의 투표용지 게재순위는 시장 후보자의 게재순위와 같게 하고, 각 투표용지의 성명 및 괄호 안에 공동출마 사실을 기재한다.
이같은 공동등록제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큰 참고사항이 되고, 공동선거운동으로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ㆍ협력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직선제 교육감 선거비용은 서울 38억5천700만원(이하 중앙선관위. 1인당 제한액 기준), 경기 40억7천300만원, 경남 17억9천100만원, 부산 16억2천600만원, 대구 12억7천400만원 등 16개 시도를 합하면 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동등록제 등 직선제 보완론에 대한 논란은 많다.
우선 2006년 12월 교육감 직선제 도입 근거가 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의 취지였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가치가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특히 공동등록제일 경우 정당공천을 반드시 배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해 결국 정치적 중립성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또 투표기호와 투표용지 게재순서를 같이해 시장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연계해도 투표 결과 공동등록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현행 주민직선제의 문제점이 되풀이되고, 근본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위헌시비도 피해갈 수 없다.
1949년∼1990년까지 임명제, 1991∼1997년 11월까지 교육위원회 간선제, 1997년 12∼2006년 12월까지 학교운영위원회 간선제를 거쳐 2007년 1월부터 도입된 직선제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교조와 진보적 교육단체들은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접하면서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와중에도 지난 29일 "전교조는 이번 사태가 교육감 주민직선제 무용론이나 교육자치 제도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로 변질될 것을 경계하며, 이미 시대 정신으로 확인된 보편적 복지와 시민권의 강화라는 가치를 폄하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