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35% 내외하던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세금 비중이 불과 3년여 사이에 집값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역이나 주택 그리고 때에 따라 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으로 하향약세인데 비하여 전세금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대관절 전세금은 집값의 얼마 정도여야 정상적인 값인지, 그리고 반값아파트를 걸고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개발은 자연을 훼손하는 대가로서 그만큼의 명분이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한 계절이다.

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세금과의 비중은 자본이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결정된다. 기대가 높을수록 집값과 전세금과의 차이도 커진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전세금 비중이 작은 까닭은 수도권 집값에 대한 자본이득의 기대가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부족한 시장인데도 자본이득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주택이라면 전세금이 집값과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 더 높아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건물의 감가상각비, 부동산보유과세나 장기수선비를 부담하므로 이를 전세금으로 보전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시골의 오래된 집 등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대로 최근 대도시에서 재개발을 앞둔 주택들 가운데 사용용적률보다 법정용적률이 크게 높은 경우의 주택은 집값보다 전세금이 훨씬 낮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집값과 전세금 비중은 시장형태, 지역, 집에 따른 기대치만큼 다양하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금도 같이 올라야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상호 동반 상승할 때도 있지만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고, 전세금이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집값상승이 강했던 과거 오랫동안은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통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경험했었던 역전세난이 그것이다.

집값이나 전세금이 오를 때면 어느 정부에서나 늘 그래왔었다. 값싼 영구임대주택공급을 늘리고, 주거취약계층에게 소득이나 주거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획기적으로 강구하겠노라고. 참으로 옳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청사진들을 내놓곤 했었다. 그렇지만 실행은 언제나 미미했다.

현 정부는 전세금이 오르자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반값아파트를 내걸며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주택공급지역들은 대부분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이다. 수도권 가운데를 빙 두르는 도넛형 허파와도 같은 지역이다. 오랫동안 개발의 유혹을 굳건하게 이겨내면서 공지를 지켜왔던 곳이다.

이 소중한 빈 땅을 반값아파트 운운하며 개발하고 있다. 개발원가가 많이 드는 공영개발을 하면서 이름만 임대라는 말을 앞에 붙였을 뿐이지 개발주택의 90% 이상이 사실상 매각주택을 짓고 있다. 개발투기만 불러일으키는 신도시 건설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무슨 주택을 지어야 개발 명분이 바로 설 것인가. 삼척동자라도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공공영구임대주택의 건설이라고. 팔지 않고 계속 전세시장에서 미약하나마 전세금을 통제하며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돕는 공공영구임대주택이라고 말이다.

최근 중산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예비 주거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지에는 100% 영구임대주택만을 건설해야 한다. 이들 땅은 수도권에서 쾌적하고 값싼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최적입지지역들이다. 이 땅을 함부로 개발하지 말자. 개발의 윤리에 맞게 개발함에 힘이 부치면 서서히 개발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들보다 더욱 똑똑한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둠이 바람직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매각형 보금자리주택건설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자리에 멋지고 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을 지어야 수 십 년 동안 개발의 유혹을 참아오며 보전해온 수도권 허파의 훼손명분을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