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 (논설위원)
거미가 집을 짓고 있었다. 시골의 어느 농장에서다. 빨랫줄을 주 기둥으로 삼아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놈을 처음엔 무심코 보고 있다 이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어서 또 망가질 것이고 그러면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할 텐데…, 측은지심이 발동해 아예 다른 곳으로 거미를 옮기려는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잠자리와 나비 모기 파리 등 먹거리가 거기보다 풍부한 곳이 없었다. 잠시 더 그 놈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망설임도 작은 실수도 없이 촘촘히 기초를 다지며 그물망을 완성해 가는 정교한 집짓기는 환경에 적응하며 태생 때부터 해오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잘 학습된 유전정보의 결정판이다.

거미집은 비·바람을 막는, 추위에 견디기 위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먹이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생명줄이다. 노출돼 있어 투명해야 하고, 더 확실히 해야 하는 전제 조건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튼실하지 못하면 비·바람에 견딜 수 없다. 생존경쟁에서 패자로 남아 결국엔 종이 사라지게 된다. 한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들이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한 필요 조건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다른 것은 행복조건이 여건에 따라 천태만상이라는 것이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도시와 농촌생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정상인과 장애인 등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오지의 단순함과는 비교도 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욕구분출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물론 모두에게 공통분모는 있다. 건강한 삶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최대 이슈다. 등록금·교육·의료 등 대상의 폭을 넓혀 가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 전면에 전면 무상급식과 선택적 무상급식이라는 먹거리가 놓여 있다. 행복지수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마땅치 않기는 하나 나름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편들기도 나뉘어 논쟁이 뜨겁다. 주장들을 간단히 살피면 '선별적 복지'의 장점으로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대상의 변동에 따라 유연한 서비스의 변화를 줄 수 있고, 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것을 들고 있다. 단점으로는 서비스 대상자가 한정되며, 대상자에게 낙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편적 복지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마찰에 대한 완충장치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계층 이동을 완화하며, 낙인이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들인 비용만큼 효율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으며, 경직된 관료제적 구조의 한계로 대상의 변동에도 유연한 서비스의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장·단점은 보는 시각과 의식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또한 예산배분의 적정성 등으로 인해 논쟁은 끝을 보이지 않고 진행형이다. 더욱이 우리의 토론현장은 상대방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철옹성을 쌓고 있어, 건강한 복지를 위한 난상토론이 아닌 승리를 쟁취해 정국을 선도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급식의 정점에는 교육이 있다. 학생 먹거리에 교육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극히 비교육적인 낙인과 눈칫밥을 먹지 않아야 하는, 모두가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모두 똑같은 음식을 눈치보지 않게 차별없이 제공하는 보편적 가치의 음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보편적일 수 없는 것들이 널려 있다. 부모의 재산정도에 따라 많은 교육이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사는 지역과 거주하는 아파트로도 학생간 차별이 이뤄진다. 교육은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차별을 부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낙인과 눈칫밥 등 삶의 차이로 인한 차별은 교육현장인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가 교육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차이를 인정해야 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도 참교육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기초도 튼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