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형재 (수원기상대장)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고 자주 내렸다. 일반적으로 9월은 가을이지만 아직 가을이 시작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달력상으로는 6월부터 8월까지를 여름으로 구분하고, 기후학적으로는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이며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인 기간을 여름으로 간주한다. 기상청에서는 9월 상순까지는 이러한 조건을 유지하여 기온은 높고 비가 잦은 사실상의 여름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순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맑은 날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는 사계절 중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던가. 추석이라는 민족 대명절은 가을이 제일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보통 양력으로 9월 하순경에 해당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있다. 유례없는 폭우로 얼룩진 여름을 지낸 후에 맞는 추석이라서 그런지 올해의 감회는 남다르다.

올해는 잦은 비로 일조시간도 예년보다 30%가량이나 줄었다고 하는데, 풍요로 대표되는 민족 대명절을 맞이하기에는 차례상 물가도 걱정이다.

청명하고 높은 하늘과 선선한 기온을 자랑하는 가을, 그리고 가을 가운데 풍요롭고 즐거워야할 추석은 늦더위와 집중호우, 태풍 등의 이상기후 때문에 점점 그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러한 이상기후 또는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의하면 한반도의 기온은 지난 100년간 1.5℃가 올랐다고 하며, 이대로 가면 21C 말에는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3~4℃ 오르고, 연간 강수량이 20% 늘어나며, 산지를 뺀 중부지방까지 아열대 기후지대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자랑이던 뚜렷한 4계절은 이미 옛 말이 된지 오래다. 온난화로 인한 지구촌 곳곳에서의 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들. 어쩌면 이 같은 이상 기후들은 지구를 지키지 못한 이기적인 인간들을 향한 자연의 몸부림은 아닐까? 갈수록 가을은 덥고 짧아지며 겨울이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가오는 한가위를 앞두고 우리는 마냥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

이번 명절에는 우리의 가을, 우리의 추석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자. 고향으로 떠나기 전 각종 플러그를 뽑아 버려지는 에너지가 없도록 하자. 귀성·귀경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친환경 운전을 실천해보자. 극심한 교통정체도 피할 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불필요한 공회전을 자제함으로써 작게나마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8조원. 현명한 장보기로 알뜰하게 상을 차리자. 고마운 분들에게 드릴 선물은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며, 성묘길에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피하자. 폐기물의 소각처리를 줄이면 연간 가구당 189.23kg의 CO2를 감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녹색명절을 실천하는 것. 우리의 가을과 우리의 추석을 오래도록 아름답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올 추석에는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그야말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명절을 보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