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이렇게 돈과 사람목숨을 저울질 하는 사회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이다. 그런데 이 건은 문제의 구조가 사뭇 복잡하다. '폐암 걸려 죽어도 내 목숨이니까 내버려 달라,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8천500원이니 1만원이니 하는 담뱃값 거론에 볼멘소리를 뿜어대는 흡연자들이다. 나라가 돈을 챙기려한다는 '음모론'까지 내세운다. 보건복지부는 그 돈은 흡연감소에만 쓰겠다고 하지만, 통일세 발상도 나온다. 예상컨대 크게 한 판 붙을 것 같다.
국가는 왜 개인의 '행복권과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나서는 걸까. 흡연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피해를 보는 수동흡연은 그리 대단한 이유는 아닐 수 있다. 흡연자의 건강훼손에 따른 의료비용과 노동력 상실이 관건이다. 치료비는 우리 모두 의료보험이라는 형식으로 갹출하는 돈이다. 노동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동자산이다.
흡연의 사회적 비용부담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를 당혹하게 한 연구가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반박논리를 만들기 위하여 담배회사가 경제성 분석을 한 것이다.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고 사회적인 부담만 있는' 노년층 같은 사회보장 대상자를 포함하면 흡연은 경제적 맥락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2001년에 체코에서 벌인 소동이었다. 그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담배회사는 백기를 들긴 했지만, 좁은 의미의 비용편익분석 틀에서만 본다면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은 필자도 이 논리를 어떤 자리에서 시험 삼아 떠보았다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비경제적인' 비난을 받고나서 웃으며 이실직고를 한 바 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하면 흡연을 경제적으로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실험은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당분간 아이슬란드를 주목하는 것이 어떨까?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금연정책을 펴고 있는 그 나라에서 의회가 나섰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을회기에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담뱃값을 해마다 10%씩 10년간 올리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법이 시행되면 가장 득을 보는 건 의사와 약사일 터이다. 수백만 명의 환자가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지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 한국에서 이런 혁명적인 발상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장담하는 건 경솔할 수 있다. 스펙터클 그 자체가 한국 정치판인데, 차차기 대통령선거 공약에서 기대하는 건 망상일까?
행복권을 내세우는 흡연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성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10% 덜 행복하다는 연구가 있다. 행복에 중요한 건강, 연령, 가족만족도, 소득이 주는 영향을 인정해도 4%의 행복차이가 난다. 담배연기와 함께 4%의 행복이 날아가 버리는 꼴이다. 필자가 2006년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연구이다. 아이슬란드 실험이 정리되거나 한국에서 담뱃값이 1만원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려야 될 듯하다. 나라가 여러분의 건강을 강제로 챙겨주기 전까지 행복하게 피우시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골초인 모친을 생각하는 막내아들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