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명사이자 전치사가 '서구(西歐)'와 '구미(歐美)'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야말로 서양문명―서구문명의 메카, 원산지며 예수 문명의 본거지다. 일본에선 그리스를 '기리샤'로, 이탈리아를 '이따리아'로 부르고 중국에선 '시라(希臘:희랍)' '이따리(意大利)'라 하지만 그리스가 어떤 나라인가. 대부분의 서양 언어 중 70~80%는 고대 로마의 라틴어에서 왔고 라틴어는 또 이오니아→그리스→페니키아 언어로 거슬러 올라가고 철학과 종교, 문학, 민주정치, 건축 미술 연극 수학 신화 등 그리스를 뺀 서양문명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이라 일컫는 그 양 축(軸)의 하나인 로마문명이 뿌리이자 줄기다. 기독교 문명도 로마문명에서 발상했다.


그런 그리스가 재정 위기 탈출을 위해 지난 21일 공무원 3만 명의 일시 휴직을 발표했고 80억 유로(약 12조8천억 원)의 IMF 융자에도 채무불이행(default) 일보 직전이다. 연간 소득 과세면제 한도를 8천 유로에서 5천 유로로 낮춰 저소득층 불만을 산데다가 실업률 16%에도 '긴축정책 거행(擧行)을 선포하자 22일 수도 야디엔(雅典→아테네)이 시위로 마비됐다'는 게 22일자 중국 언론 보도였고 '지난 1~5월 자살자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했다'는 건 20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였다. 프랑스 은행에 이어 메디오방카 등 7개 이탈리아 은행도 S&P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국가 신용등급 자체가 A+→A로 떨어졌다. 거기다가 55세 매부리코, 백발의 라가르드(Lagarde) IMF 총재의 "세계(全球) 재정환경이 고도의 펑시엔(風險→위험)에 직면했다(22일자 인민일보)"는 일갈은 결정타였다.

홍콩 명보(明報)는 '홍콩 허벅지(港股→증시)는 내렸다가 튀어 올랐다(反彈)'고 했지만 기타 전 세계 증권시장은 폭락했고 환율전쟁에 돌입했다. 미국 발과 유로 존―유럽 발 금융 위기의 중복은 2008년 사태보다도 심각하다는 게 금융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OECD 국가 중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 체질로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