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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선 (세무법인 부강 대표이사)
눈부신 푸른 하늘이지만 햇살이 들지않는 곳에서 맞는 바람은 초겨울처럼 시리다. 덥다고 아우성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찬바람이라니…. 10월의 달력을 넘기며 김모씨는 한숨이 나온다. 마흔을 바라보는 노총각 큰 아들을 올해는 어떻게든 짝을 찾아 결혼시키려 했는데 아무 진전도 없이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지 않은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 어렵다는 취직도 떡하니 해서 남들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도 있겠다, 일찌감치 제 몫으로 준비해 놓은 집도 있겠다, 어디서 야무지고 건강한 신부감만 하나 데리고 나타나주면 좋으련만 도무지 아무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결혼이 이렇게 미뤄질 일이면 마련해 놓은 집이라도 일찌감치 아들에게 주어서 정리를 해놓아야겠다 마음먹은 김씨, 세무서를 찾아갔다가 세금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5년 전 사놓은 아파트를 아들 이름으로 해주고 싶다고했더니 취득·등록세를 제외하고도 증여세가 4천500만원이나 된단다. 요즈음 치솟는 전셋값을 보면 일찌감치 집을 사놓은 건 잘한 일인듯 싶으나 증여세 부담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땐 부담부증여를 생각해 보자.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세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와 대비하여 부담부증여는 부담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 즉 증여재산에 담보된 증여자의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수증자가 인수한 채무는 증여재산 가액에서 차감되며, 증여자는 채무액만큼 재산을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김씨의 경우 시가 3억3천만원짜리 아파트에 반환해야 할 전세보증금 2억원의 채무가 존재하고 있다. 만약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이 채무를 승계해서 갚아나간다면 2억원은 부담부증여가 되어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되고 나머지 증여금액 1억3천만원에서 직계존비속간의 증여재산공제액 3천만원을 빼면 세금이 9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부담부증여인 2억원의 채무에 대해서는 증여자인 김씨의 양도소득세 계산을 해야 하지만 이 경우 취득할 때와 비교하여 가격 변동이 전혀 없어서 양도세 부담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세금상식!

부담부증여의 경우 실제 부담이 승계되어서 수증자가 채무를 변제하는지, 이자 부담은 누가 하는지 등을 사후 관리하게 된다. 채무를 아들이 갚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신고했다가 아버지가 대신 갚게 되면 증여세뿐 아니라 가산세까지 추징당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또한 해당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가액을 합친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인 경우 그 금액을 가산하는데 동일인이 증여자의 직계존속이면 그 직계존속의 배우자를 포함한다. 즉 증여자가 부친인 경우 모친을 포함하고 증여자가 조부인 경우에는 조모를 포함해 10년간 부모, 혹은 조부모에게서 받은 총 재산가액을 합산하여 증여세를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