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으로 세계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화감독 이안(李安). 그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인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1992년 '쿵후선생'. 대만의 쿵후 선생과 뉴욕에 이민와 사는 아들 가족 사이의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이후 이안 영화의 특징이 되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대만인과 가족, 세대갈등에 대한 관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 해에 만든 이안의 두번째 영화 '결혼피로연' 또한 가족과 세대갈등이라는 이안 특유의 주제를 담고 있다. 미국에 유학온 대만 출신의 동성애자가 가족의 강권에 못이겨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영화는 가족, 동성애, 세대갈등 등의 무거운 주제를 잘 풀어내어 호평을 받는다. 이 영화로 그는 베를린 영화제의 금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영어권에 진출해 '센스 앤드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라이드 위드 데블'에서도 이안만이 다룰 수 있는 무거운 주제를 영화 속에 녹여낸다. 특히 동양 특유의 여백의 정서를 유려한 영상과 조화시켜 무협영화의 새로운 부활을 알린 '와호장룡'으로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인정받으면서 그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이안 감독은 블록버스터 영화 '헐크'에 1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모두 참패하게 되고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더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이안은 "가서 영화를 만들도록 해라"라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수작을 만들어 냈다. 두 카우보이의 안타까운 동성애를 깊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려낸 브로크백 마운틴은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영국·미국 비평가협회상 등 유수영화제를 휩쓸며 이안 감독을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으로 인정받게 한다.
이 책은 중국적인 미학을 통해 영어권 영화계에서 더욱 돋보이는 이안 감독의 영화를 분석하는 한편,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국내 영화 팬들은 물론 영화 학도들에게도 흥미있게 읽힐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분명 그의 영화를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