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넘나들며 현행의 정당구도를 위협하고 무력화시키는 힘의 흐름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나 대신 정치를 해 주는 정치인을 뽑고 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보편적 선거권을 전제로 한 간접민주주의였지만,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구조가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표 계산만 하고 선거 공학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과 멀어졌고, 그 사이 발달한 웹 기반의 의사소통 구조는 직접 민주주의 양상을 설계하였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이었던 정당보다 생각과 활동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만남이 형성되는 '조직력 없는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일정한 틀을 가진 조직은 없으나, 어느 순간 계기가 주어지면 힘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이루어지는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의 사례에서 가설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바람몰이라고 하는 정치 신인은 그냥 바람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실 시민사회의 공간에서 무엇인가에 실천력을 보이고, 함께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힘이 순식간에 정치적 결집력을 보이는 것은 실시간 정치활동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진 찍는 행사 중심의 조직보다는 실천력을 가진 활동가가 '공감대'라는 호소력을 바탕으로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적 양상이 경제적 평등주의를 확산시키는 연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Wall Street)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1%가 99%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연일 시위를 하고 있고, 그 힘이 궁극적으로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기업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금융의 매개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을 키우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소수의 횡재하는 부자를 만들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다수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만달러 시대를 접어들기까지는 중산층들이 조금 더 가짐으로써 상층부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이제는 수직 상승의 과정에 발생하는 경쟁과 갈등보다는 조금 더 나누어 갖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구조로는 성장의 한계점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도성장을 했지만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계점에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진보라는 화두에 감싸여 있다. 자본가의 상징처럼 여겨 온 부의 아이콘 워렌 버핏이 '부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자신에게 준 지식 자산과 부의 기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어를 빼고 들어보면 공안 당국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자본주의 양식을 반성하는 현 시대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 양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과 평등사회에 대한 갈구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시기이다. 누가 이 흐름을 먼저 감지하고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맥락의 전환기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될 것이고, 출발점이 10·26의 시장선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