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는 창제 이후 500여년 서민정신, 일반 국민인 백성들의 정서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대한민국 정신의 뿌리가 한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말은 변한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정지된 시대가 없듯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 새로운 말이 생겨나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있던 말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기존 틀이 변형돼 전혀 다른 말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말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개체는 단연 인터넷을 꼽는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산속도가 빠른 말이 은어·비속어·신조어지만 우리말 찾기 운동으로 사장될 위기의 아름다운 말들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이다.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자제케 하는 노력으로 말의 순화(純化)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역기능의 대표주자는 욕이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능도 있지만, 자주 뜻을 알고 사용하는 성장중인 학생에게는 정신세계와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버리기'에서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돼 있어 결국 말하는 사람 스스로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격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하고 난 후 행동을 살피면 영상이 뇌에서 지워지지 않은 또렷한 상태에서 연장선상의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설익은 어린 학생이라면 반복해서 욕을 하다 보면 뜻도 모른 채 일상처럼 굳어지게 된다. 초등학생이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는 도중이나, 놀이터에서 하는 얘기의 반 이상이 욕인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황당하고 거북해 한소리 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활어처럼 사용하는 욕언어가 그들의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며,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까지 이어진다. 초등학생의 욕이 표현의 일부가 강해지거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욕이 생겨날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이 사용하는 욕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뜻을 알게 되고 욕의 한계에 부딪히면 폭력을 부르는 극한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초등학교 과정에 욕과목을 넣는 것은 어떨까. 욕의 의미와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정식과목을 만들든 국어 교과에 한 단락 삽입하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욕의 구매력이 워낙 뛰어나 다 잡기 어렵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사용을 자제하도록 가르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교육과학기술부가 대책을 내놨다.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관찰해 보니 "씨X 뭐 하냐? 돼지 XX야. 까X지마. 나XX마. 병X XX야" "지X하지마, 병X" 등 욕설과 비속어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초·중·고등학생의 70% 이상이 욕을 쓰고, 이 가운데 13%는 습관적으로 욕을 사용한다는 것이 조사결과다. 보다 못한 교과부가 욕을 많이 하는 학생들을 생활기록부에 올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교과부의 욕문화 개선의지는 높게 사겠으나, 엄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어려서 욕습관을 고쳐야 효과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연계망을 갖추면 더 큰 힘이 된다. 은어와 비속어, 욕문화에 대한 자정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아름다운 표현의 글로도 세계 으뜸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