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심에 정치인 출신 조춘구 사장이 있다. 정부의 기관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도 그는 불사조처럼 재선임됐다. 다른 공사의 사장들이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면 아마 벌써 집에 갔어야 했지만 그는 예외다. 여권에서 조차도 의아해 한다. 그는 재선임된 뒤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얼마 전엔 인천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인천시민 및 정치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나를 쓰레기통에 박아 둔 것은 영구매립지를 만들라는 사명으로 알고, 두들겨 맞더라도 매립지를 영구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주민들 표를 먹어보겠다고 정치세력이 그냥 다 덤벼들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결국 그는 이말 때문에 국감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긴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힘있는 국회의원들'에게만 사과를 했지, '힘없는 인천시민'에겐 아직까지 말 한마디 없다. 정말 인천 사람들을 '쓰레기통 시민'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사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으로선 암적 존재다. 1992년 2월10일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한 이래 꼭 20년동안 1억t 이상의 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연간 민원이 6천건을 넘을 정도로 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입량 비율로 보면 서울 46.67%, 경기도 37.46%에 비해 인천은 고작 15.87%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천시민들은 왜 우리가 타시도의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느냐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최근엔 청라국제도시의 입주민들까지 악취고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조 사장의 표현대로라면 정말 쓰레기통에 사는 '국제시민'이 돼 버린 셈이다. 이 지경이니 매립기간이 종료되는 2016년부터는 더 이상 쓰레기 매립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목소리다. 오히려 '착한 목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조 사장의 머릿속엔 매립지의 영구화만 있는 모양이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안다면 그렇게 '무데뽀식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은 흔히 인격에 비유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격의 수준만큼 말하고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언행(言行)으로 평가할 때가 많다. 물론 그 판단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은 사람이나 기관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옛말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
조 사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천시민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아느냐고. 하기야 매립지공사의 임원 및 고위간부 32명중 3명만이 서구에 거주한다고 하니 지역민들의 생활고통을 어찌 알 턱이 있겠는가.
지금 필요한 건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시켜주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정치권·행정기관도 좀 더 세심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말 이러다간 저 아래 지방에서까지 인천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마침 송영길 시장이 악취문제를 체험하기위해 청라국제도시로 거처를 옮겼다고 하니 어떤 요구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차제에 '인천짠물'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