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에게 그 이듬해인 2002년 8월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보상금은 평균 136만 달러(16억3천여만 원)였다. 희생자의 나이, 사망 전 연봉, 부양가족 수에 따라 30만 달러(3억6천여만 원)~300만 달러(36억 원)였다. 미국은 1999년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 오폭으로 사망한 중국인 3명과 그 1년 전 미군 헬기 추락으로 숨진 이탈리아인 20명에게도 150만 달러씩을 보상했다. 같은 해 7월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 주 앞바다 상공을 날던 자가용 비행기가 추락, 조종하던 케네디 전 대통령 장남(38)과 아내(33), 처형 3인이 사망하자 케네디가(家)가 처가에 준 보상금은 무려 1천500만 달러(180억원)였다. 돈 많은 나라라서가 아니라 숨진 목숨에 대한 국가와 개인의 최저한의 경의와 예의 표시다.


사망자에 대한 완전한 보상은 그 목숨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새파란 나이에 조국을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쳤다면 그 억울한 영혼에겐 억만금을 갖다 바쳐도 그의 목숨과 청춘, 일생을 되돌릴 수는 없다. 6·25 전사자 보상금 '5천원'에 보훈처가 한 유족을 찾아 사과했다는 건 늦게나마 당연한 처사다. 현행 군인연금법은 전사자에게 2억 원 이상을 지급하게 돼 있다. 천안함 수색 중 숨진 한준위에겐 2억 원 이상 보상금과 매월 300만 원의 연금이 나온다고 했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사망 155명, 부상 후 사망 102명, 행방불명 76명, 부상 3천379명에 대한 보상금은 모두 2천356억원이었다는 기록이다.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미국 영화 '아샨티(Ashanti)'를 보면 아프리카 동부의 옛 회교군주국인 잔지바르(Zanzibar)의 노예 매매값은 보통 20달러였다. 6·25 전사자 보상금 5천원은 그 아프리카 노예의 목숨 값도 아닌 몸값보다도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3천100만~5천700만원의 연평 해전 보상수준으로 올린다는 것도 약소한 액수다. 엊그제 사병 1명을 구하기 위해 적 1천27명을 풀어준 이스라엘을 본받을 일이고 선진국의 생명외경(畏敬)사상, 목숨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실천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