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터키를 '土耳其'라 표기, '투얼치'라 읽는다. 한국서도 1950~60년대엔 '土耳其'로 표기했다. 일본서는 'トルコ(토루코)',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turc(트루크)'와 'Türke(튀르케)', 영어권에선 Turkey라고 표기하지만 T가 소문자인 turkey는 칠면조(七面鳥)로 몹시 싫어한다. 칠면조는 7개의 얼굴로 언행에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다 구미 국가에선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요리감이기 때문이다. 터키에선 'turk(투르크)'다. 터키어로 '힘이 세다'는 뜻이고 대문자 'Turk'는 '힘센 사람'이다. 그래선지 터키인들은 13세기말 창건한 대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다가 15세기 중반엔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제국까지 함락, 유럽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던 '힘센 민족'의 자부심을 놓지 않는다.

그런데 그 '힘센 사람'들 7천여만 명을 테스트라도 하듯이 한반도의 3.5배 땅 터키엔 지진이 잦다. 주변 대륙의 지각구조 판들이 충돌하는 한가운데에 끼여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짠물 호수(鹽湖)'를 뜻하는 '반(Van)'시를 비롯한 동남부를 규모 7.2로 강타한 이번 지진의 피해와 참상은 목불인견이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 도시는 한순간에 폐허가 돼버렸다. 중국 언론은 '강진 초래(導致:다오즈)로 천명이나 되는 사람이(上千人) 난을 만났다(遇難)'고 했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각각 '사망자 수(death toll)가 급증하고 있다' '사망 충격파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이 터키를 여행하면 "친? 친?" 하고 묻는다. '중국인이냐'는 소리다. 아니라고 하면 "자팡? 자팡?" 한다. '그럼 일본인이냐'는 것이다. 그도 아니라고 하면 "아!" 하고 목청을 올리며 "꼬레아!"라고 반긴다. 이번 지진에 즉각 탐색구조대를 파견한다고 했지만 그들에게 보다 넓고 깊게 보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6·25 전쟁에 참전,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721명의 목숨을 우리 땅에 바쳤다. 유엔 16개 우방국들이 도와 지켜준 자유민주주의, 그 시혜(施惠)야말로 백골난망이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