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역 인근 리마트강을 건너 찾은 니더도르프거리. 수십년간 자랑해 온 패션의 거리답게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이 거리는 수백년된 건축물과 거리가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면서도 과거와 현대가 완벽한 조화 이루고 있는 스위스 대표상권 중 하나다.

니더도로프거리는 지난 1885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대학이 인근에 개교하면서 골목상권에 불과하던 평범했던 거리에 레스토랑과 서점을 비롯한 유명 쇼핑몰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패션 쇼핑몰들은 노천 카페들과 어우러지면서 이 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현지인들에게는 개성있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니더도르프거리는 과거 혹독한 상권 붕괴를 겪어야 했다. 90년대 초반 리마트강을 사이에 두고 인근에 위치한 반호프거리에 20여곳이 넘는 대형 명품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니더도르프거리의 상권 붕괴가 시작됐다. 그러나 니더도르프거리 상인들은 2000년 초반을 기점으로 단일화된 제품 판매와 독창성과 희소성을 강조한 수공예품 판매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제품의 저렴한 가격대를 앞세운 판매 전략과 자유롭고 쉼터같은 쇼핑 공간을 제공하면서 지금은 스위스의 대표 쇼핑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찾은 니더도르프거리는 중세시대에 온듯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건물에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현대식 제품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쇼핑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리마트 강변을 따라 취리히 호수까지 길게 뻗은 거리를 걷다보면 쇼핑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게다가 상가안에서 사진을 찍는 쇼핑객에서부터 매장 창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연인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방문객들의 모습은 부러울 정도였다.

이에 반해, 국내 지역상가 밀집지역은 상가마다 일관성없는 매장 분위기와 제품 홍보에만 치우칠 뿐 전체적인 지역 상권 분위기와는 맞지않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가들의 전체적인 조화보다는 제품 팔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스위스 니더도르프거리의 경우 자유로운 매장 분위기와 수십년간 단일화된 제품 판매로 개성을 중시한 젊은이들의 새로운 쇼핑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의 경우 시대 유행만 쫓아가는 판매 전략과 억압된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상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상가별로 자유롭고 독창적이며 희소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상·김종찬기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