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이주여성 급증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필수. 하지만 학령기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경인일보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서 다문화가정 부모가 바라는 점, 공교육의 애로사항, 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지난 3월 중국에서 입국한 김향옥(18)양의 꿈은 통역사다. 중국과 한국인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수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이 기간 그가 한 것이라고는 가족들과의 간단한 대화와 컴퓨터 게임이 전부다. 그는 입국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지인을 통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그 전까지 그에게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김양은 현재 이 곳에서 한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꿈인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래들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 가는 것조차 버겁다.
김양은 "처음 집에 있을 때 너무 외로웠다"면서 "다른 학생들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 뿐 아니라 많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공교육 과정에서 소외돼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뒤 중도에 한국으로 들어온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한국어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단체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학교 입학을 준비하거나, 일부는 공장 등에 들어가 돈을 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지역 다문화가구 수는 1만9천388세대, 세대원은 4만9천351명이다. 이들이 인천 전체 가구(92만9천489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를 상회한다. 50가구 중 1가구는 다문화가정인 셈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인천에 사는 다문화가정 초·중·고 학령기 자녀 절반 정도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에서 다문화가정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고 입을 모은다.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기범 소장은 "센터에서는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곳을 찾지 않는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