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연고팀 덕분에 인천의 가을은 다시 축제마당이었다. 비록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는 못했지만, 인천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기회로는 충분했다. 야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있어 볼만한 게임이 연출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구질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들이 이런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선배들인 박찬호와 선동렬 등이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보여준 성공스토리가 큰 밑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세계무대에서의 성공스토리가 늘어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희망을 품었으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커졌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또 그들의 엄청난 기량을 관찰하면서, 선동렬·박찬호·서재응·추신수 선수들이 만들어준 성공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했나를 다시 실감한다. 현재 한국야구의 수준은 그동안 초·중·고 야구선수들이 박찬호 키즈 또는 선동렬 키즈로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기량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이런 성공스토리의 존재가 절실하다. 한 기업이 창업하면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할 때, 그 기업을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의 숨겨진 챔피언 기업들을 발굴해 온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렇게 사업탄생 시점부터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결국 세계시장의 강자가 된다고 한다. 이들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이유는 일찍부터 글로벌 수준의 기량이 없다면 세계무대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시장에서의 작은 경쟁에 만족하지 않았고 글로벌 강자를 꿈꾸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하루속히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큰 희망임에 분명하다. 특히 인천과 같이 중소기업의 메카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비전이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또 예비창업자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통했던 성공스토리이다. 그 스토리에 직접적인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에서 통할 중견기업으로 키우려면, 우선적으로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현재 작은 싹을 틔운 기업들을 육성해서 완성도가 높은 성공스토리로 만들어 주는 정책이 중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중소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소수 기업을 발굴하여 그 성공스토리를 도출해 주는 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성공스토리들이 지역경제에 넘쳐날수록 다른 중소기업들은 큰 용기를 낼 것이 분명하다.

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작업의 가치가 크지만, 여기에는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스토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던 박찬호 선수도 최근 부진하다. 추측컨대 야구선수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공스토리도 한창 번창하다가 갑자기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곤 한다. 일본의 닌텐도는 최근까지 '닌텐도 Wii'라는 가상게임과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와 같은 캐릭터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2000년대에 연간 평균 2조원에서 7조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지속하던 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2011년의 실적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의 열풍에 밀려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다. 이처럼 탄탄한 성공스토리도 언제나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세계 수준의 기량을 권장한다고 해서, 창업하면서부터 무조건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희망하는 무대는 반드시 세계시장이어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기량을 갖추어야 진정으로 중견기업으로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