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아(가명) 양은 올해 9살이다. 같은 나이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지만 김 양이 수업받는 곳은 1학년 교실이다. 정 양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이후 얼마 지나지않아 베트남으로 갔다가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길지 않은 탓에, 정 양은 한국어가 많이 서툴지만 지난 추석 이후부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관련기사 3면

체육시간에 진행된 2명씩 짝을 지어 제기를 주고받는 활동시간. 정 양은 다른 학생들보다 다소 풀죽은 모습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친구들과 짝을 이룬 것과 달리, 정 양은 통역사와 제기를 주고 받았다. 교실에서 진행된 수업에서도 정 양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고 발표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데 반해 정 양의 손은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정 양의 담임 교사는 "처음에는 정말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웠다"며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한국어때문에 수업시간에는 다소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 양은 점차 학교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학교생활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샤크란(13)군은 학교를 다니다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못하고 지난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샤크란 군이 한국에 있을 때 함께 생활한 씨앗선교회 허은열 목사는 "샤크란 군이 다른 학생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해 더 소극적으로 행동했고, 결국 2년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샤크란 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 허 목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샤크란 학생을 만난 경험도 전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표정이나 행동 등 모든 면에서 밝아져 있었다"고 했다.

지난 2002년에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한 이산(가명) 군도 한국에서 8년동안 학교에 다니다 결국 본국행을 택했다. 이 군은 한국어는 능숙하게 구사했지만, 또래가 아닌 어린 학생들과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많이 불편해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다른 학생들과의 차이가 초등학교 때보다 더 두드러졌고, 이에 대한 어려움을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허 목사는 "이들 두 명이 이주노동자의 자녀라는 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자녀와는 다른 점이 있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슷할 수 있다"며 "이들에게는 '특별관리'가 아닌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