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상당수는 이른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당장 생활비가 급한 이들에게 학교를 다닐 시간과 경제적 여유는 없다.

중국에서 지난 3월에 입국한 마온일(17)군은 한국어를 공부해 어렵게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택했다. 그는 부모님과 떨어져 친척집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가 경기도에서 살고 있지만, 형편이 여유롭지 못해서다. 중국에 있는 아버지는 한국에 들어온 뒤로 한번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되는 그에게 학교는 그야말로 '사치'다. 마군은 "지금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20살이 넘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때까지 학교만 다닐 수는 없다"고 했다. 그에게 먼 미래를 내다볼 여유는 없는듯 했다.

신차이(18)군은 지난 2009년에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본적인 인사 등을 제외하면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최근 한달전부터 서구의 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오후 9시가 돼서야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시간은 줄었고, 그로 인한 불편함은 여전하다. 한국말을 못하는 신군에게 막말을 하는 상점 주인도 있었다. 신차이 군 또한 지금 당장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런 정보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학교에 다닐 때를 놓쳤고 그 사이 또래들은 이미 고3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입국 전에 중학교 졸업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학교 대신 직업전선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올해 중국에서 입국한 이장융(17)군은 중국에서 중학교 졸업 3개월 정도를 남기고 한국으로 왔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매일 부평에 있는 미용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은 생각에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이 군은 "미용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싶다"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도권 밖에서 맴도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그들의 고단한 삶이 한국에서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듯 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