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인천시 등이 지난해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5도에 각종 의료장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유사시 이를 이용해 간단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공중보건의가 섬에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스를 잡을 수 있는 외과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의료장비 지원 정책이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정부와 시는 내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6억8천만원을 들여 서해5도에 새롭게 신축되는 42개 주민대피시설내에 비상진료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간단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간이수술대와 심장제세동기, 염산몰핀 등 대피소 1곳당 2억8천만원이 투입돼 비상진료소가 설치된다. 그러나 각종 의료장비가 설치돼도 정작 이를 이용해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전문의는 섬에 한 명도 없다. 의대를 갓 졸업하고 배치받아 전공 과목이 없는 20~30대 공중보건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청보건지소에는 의대를 갓 졸업하고 부임한 의과 일반의 1명과 수련의(인턴) 과정을 끝내고 들어온 한의과·치과·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각 1명씩 있다. 연평보건지소도 의과일반의 1명과 가정의학과·한의과·치과 전문의가 배치돼 있고, 백령지소 또한 의과일반의 2명과 한의과·치과 전문의가 각각 1명씩 부임해 있다.

그나마 서해5도에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인 백령병원에는 정형외과 전문의 1명과 응급의학 전문의 2명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배를 가르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없어 간단한 맹장수술조차 외과전문 군의관이 있는 해병대 의무대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해5도에 있은 한 공중보건의는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의대를 갓 졸업한 공중보건의가 부담을 안고 메스를 잡기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장비 지원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외과 전문의 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