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나라사랑타령은 여전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 표현은 강도를 더하는 중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용도는 더 악화되는 인상이다. 단적인 사례가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600만명인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를 상회한다. 또한 비정규직 3명중 1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실제 비정규직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사내 하도급과 자영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800만명이 넘는단다.
자영업자수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계속되는 터에 불공정 거래가 심화되는 등 갈수록 경영 환경이 열악해짐에도 소상공인수가 작년보다 5만여명이 증가했다니 말이다. 오죽 고단했으면 레드오션임을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겠는가.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정규직이라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월급은 게걸음이어서 갈수록 생활이 팍팍해지니 말이다. 연소득 2천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계의 생계용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카드·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어서 가계대출 부실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불안하다.
소득분배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1997년 0.264에서 지난해에는 0.310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이 방증한다. 최하위계층의 평균 소득은 1998년 38만2천원에서 지난해 59만9천원으로 56.8% 증가한 반면에 최상위계층은 165만8천원에서 328만9천원으로 98.4%나 급증했다. 양극화로 대변되는 파행구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생직장 국가로 상징되는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북미지역 인구 3분의 1도 가처분소득 축소로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의 분배구조는 OECD 평균치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사회안전망 부실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반면에 대기업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시리즈 전자제품 판매 급증에 편승,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150조-15조원'기록을 달성할 전망인데다 현대 및 기아자동차의 쾌속항진도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8%나 증가했다. 은행권의 로또(?)대박은 점입가경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정된 와중에서 벌써부터 돈잔치 준비로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금융권과 대기업들에 막대한 혈세로 보전해 주었음에도 비정규직 양산 내지는 서민주머니 털기 등으로 수익제고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동안 정부는 상생경영, 동반성장, 공정사회 등을 거론하며 이런저런 처방을 강구했으나 눈 가리고 아옹한 느낌이다. 여야를 불문한 기성 정치인들의 위민(爲民)정치 운운은 역겨울 정도다. 도처에 구린내가 진동하고 갈수록 서민들이 낭패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정치한 결과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에 실망한 국민들이 보낸 준엄한 경고다. 내년 선거에선 '1%대 99% 대결'도 배제할 수 없다. 기성 정치권에서 변화조짐들이 감지되나 국민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늘 실망만 안겨주었던 때문이다.
민초들은 먹거리를 하늘로 삼는다 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으나 87%란 지지율을 얻으며 화려하게 퇴임한 브라질의 룰라 전(前)대통령에게서 한수 배워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