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과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 콘도티거리.

역사와 문화의 거리에서 패션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 콘도티거리.

이를 증명하듯 콘도티거리내 위치한 수백년된 건물들에는 아르마니·루이비통 등 세계 유명 패션 매장들이 빼곡히 입점해 있다.

이 거리는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세를 탄 스페인광장과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쇼핑객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특히 세계 패션을 리드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매년 새로운 패션쇼를 개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합의 장이자 명품 보석 매장이 밀집해 있는 거대한 보석 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로마 시민들은 이 거리를 일명 '로마를 가장 로마답게 만들어주는 품위와 아름다움을 지닌 거리'라고 칭할 정도다.

그러나 예전의 콘도티거리는 역사와 문화만 깃들어 있는 단순 관광지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로마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인 개발 정책을 펼치면서 스페인광장과 바티칸시국을 이어주는 콘도티거리를 개발 불가지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 이탈리아 정부의 이 같은 지역제한정책이 해제되면서 관광지에 국한됐던 콘도티거리는 차츰 상업화 지역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905년 명품보석 브랜드인 불가리의 개점을 시작으로 고가 브랜드 상점들이 잇따라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현재는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상권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콘도티거리는 과거 혹독한 상권 붕괴를 겪어야 했다.

20세기 후반 전세계를 휩쓴 경기불황으로 인해 관광객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매장 임대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을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기존에 있던 유명 패션매장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감추거나 폐점하는 일이 속출했다.

그러나 콘도티거리 상인들은 2000년대 들어 매년 정부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협상을 벌이면서 떠났던 매장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또 매년 크고작은 패션쇼를 개최해 패션 관련 종사자들을 끌어모았다.

여기에 지역 상인만 참여할 수 있는 벼룩시장을 열고 지역 관광업계와 연계한 관광상품인 '쇼핑투어'를 개발해 지금은 로마를 대표하는 쇼핑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찾은 콘도티거리는 명품 브랜드들의 상점들이 바티칸시국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여기에 바티칸시국 인근에 벼룩시장이 열려 명품 패션거리와 함께 상권을 이루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이 곳을 찾는 쇼핑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와 선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역 관광업계와 협력해 관광객을 흡수하거나 독보적인 행보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영세업체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전국상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콘도티거리의 경우 상인들 스스로가 역사와 문화, 패션을 접목해 독자적인 상권 문화를 형성하면서 쇄락에 접어든 상권을 다시 부활시킨 반면 국내의 경우 인근 관광지와 연계된 쇼핑상품은 전혀 없다"며 "때문에 지역 상인들은 독보적인 행보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지역 관광지와 연계된 쇼핑관광 상품을 개발해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상·김종찬기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