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송도웰카운티5단지' 아파트 분양의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공급 1천56가구 모집에 1~3순위 청약자가 56명에 그쳐 청약률 0.05%에 그쳤기 때문이다. 분양 실패의 수준을 넘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결과에 부동산 업계와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해 왔던 다른 건설사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가 11월 현재 계약률 70%에 이를 정도인데 웰카운티의 분양 참패는 도대체 무엇인가? 불과 5개월만에 부동산 경기가 더 안좋아져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인가?

인천도개공이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인천시민 누구나 잘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도개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웰카운티'가 인천 곳곳에서 선전하면 다른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동안 송도·청라·논현 등지에서 청약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웰카운티'가 이번에 처음으로 매우 쓴맛을 보게 됐다.

궁금한 게 있다. 도개공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갖고 이번 아파트 분양에 나섰을까하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더구나 연세대복합단지, 삼성 바이오단지, 국제학교, 동아제약 유치, 롯데쇼핑몰 가시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가 예전과는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나,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나 쌓여있는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카운티'가 분양에 나섰을 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가.

이번에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에는 총체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개공은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등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송도 입성을 노릴 것으로 판단했다면 잘못이라는 것. 구도심의 보금자리 분양가가 700만~800만원선인데 반해 송도 웰카운티는 평균 1천200만원(발코니 확장 별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분양가 대비 평면·마감 수준도 다른 민영아파트보다 떨어져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더구나 송도에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가 있어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웰카운티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물량의 비율을 67%로 구성했다. 시장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구성 비율을 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웰카운티는 사전 마케팅 활동이나 홍보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문 광고 몇차례에 그쳤다. 그 흔한 오픈 이벤트도 없었다. 썰렁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는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은 물론이고 미분양 물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양 시기 조절이냐, 강행이냐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한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 전문가는 "부동산 침체는 전국적인 일이지만 마케팅 등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도 준비를 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경우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개공이 분양 실패 이후 어떤 복안을 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져 후속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책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분양 실무자들.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도개공이 이번 분양 실패로 금융이자 부담을 더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땅값, 설계비, 마케팅 및 홍보비 외에 향후 임의분양으로 전환했을 때 안팎으로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양 실패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용감한(?) 사람도 없고,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도 없다. 아! 이것이 인천도개공의 현주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