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 (前 연합뉴스 사장)
지난 10월 27일 아침부터 우리나라의 '주류 언론'은 '괴담'을 둘러싼 보도와 논평으로 요란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재보선이 치러진 바로 다음 날부터 11월 중순인 지금까지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11월 13일자 기사('나꼼수 치려는 줄소송, 조·중·동은 사전 여론전')에 따르면, 10월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1곳에 실린 '괴담' 소재의 보도는 모두 142건이었다. 조선일보가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일보 22건, 문화일보 14건, 중앙일보 12건이었다.

1면이나 주요 지면에 크게 실린 '괴담 기사'들의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괴담에 휘둘리는 사회-놀랍고 걱정된다', '거짓말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2008년 광우병 괴담 닮아가는 FTA 괴담', '분노 키운 건 8할이 꼼수', '나꼼수는 이 정권이 만든 정치·경제·사회적 토양에서 자라난 기생적 존재'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런 글들이 겨냥한 표적은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론이었다. 나꼼수가 왜 먼저 '괴담'의 진원지로 꼽혔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한나라당 후보인 나경원 의원에게 압승을 거둔 '배후'에 나꼼수가 있었다는 판단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감정을 자극했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투표 성향과 득표율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그 신문들이 공개적으로 지지하다시피 하는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하리라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꼽히는 나꼼수는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이래 한 주 한 번씩 음원서비스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통해 전달되는 인터넷라디오방송이다. 10·26 재보선 기간에 나꼼수는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출입',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같은 민감한 문제들을 전파에 실어 보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포함한 네 명의 출연자들이 풍자와 해학,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사실과 추측을 수용자들에게 전하는 이 프로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수의 애호가를 확보했다. 제작진이 밝힌 통계를 보면 11월 6일 서버를 통해 집계된 청취 횟수는 회당 600만 건, 한 달 네 차례 방송을 기준으로 하면 2천만 건 정도였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나꼼수에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그 연령층의 투표자들 가운데 박원순 대 나경원의 득표율은 3대1 가량이었다.

한미 FTA 국회 비준은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과 노동자, 농민들이 불투명하게 진행된 미국과의 협상과정을 비난하면서 대한민국을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예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라도 국회 비준을 강행해야 할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FTA 괴담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신문들은 FTA 비준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개인들을 '반미 좌파'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였다.

사전을 보면 '괴담'의 뜻은 '괴상한 이야기'라고 나와 있다. 나꼼수 출연자들이 자유분방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괴상한 이야기'일까?

우리나라가 진담이 오고가는 공동체가 되게 하려면 가장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한국은 원래 시끄러운 나라'라고 비난하거나, 한나라당 의원 25명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 '답변 안 하는 것이 답변'이라고 대응하는 것이 진담으로 들리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