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을 놓고도 내가 먼저 네가 먼저를 따진다. 당론을 관철시키고 선후가 중요한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싸움으로 이어져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오히려 퇴보, 국민과 주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주게 된다. 누구의 주장도 먹혀들지 않는, 그래서 딴 곳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국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정당정치의 이반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사리(事理)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해야 한다. 능력자를 상실한 마당이라면 그 판정은 결국 국민이 하게 된다. 표로써 혹독한 심판을 받고 난 후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내 주장만이 옳다고 해야 하는 만연된 편향성 집단 이기주의적 정치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덩달아 정치권도 변화를 기획하지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의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의 일이다. '2만원 받고, 1만원 더, OK?' 포커놀음을 옮긴듯한 이 문구는 차액보육료의 여야 다툼을 풍자한 글귀다. 내년도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에 대한 차액보육료 지원을 놓고 도의회 여·야가 내가 먼저를 외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8일 경기도 관계자, 관련 단체와 함께 내년도 차액보육료 지원 규모와 관련한 조정회의를 갖고 매월 3만원 수준의 지원을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은 회의종료 직후 민주당을 통해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발끈한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늦게나마 한나라당 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6일 내년도 차액보육료를 월 2만원으로 산정, 예산을 본 예산에 편성키로 경기도와 합의했다고 밝힌데 따른 선후를 따진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무근이자 성과홍보용이라고 반박했었다.
하나의 복지를 놓고 유불리를 계산, 성과를 외치며 공방과 반박을 거듭하는 낯뜨거운 공치사다.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 차액보육료 지원은 정책 이전에 선별적 보편적 가치의 실현으로 공치사의 대상이 아니다. 복지에 정치적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포퓰리즘적 주도권 다툼으로 매도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이도 네 귀를 다 들어야 어느 한 귀도 처짐없이 판판해진다고 했다. 무슨 일이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힘을 합쳐야 올바르게 돼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사안이고, 지원에 이견이 없는 사업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서 흩어질 것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경기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추수를 끝낸 시골 마을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끼를 꼬아 멍석 등 생활용품을 만들며 정담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가 되는 튼튼한 새끼의 재료는 추수를 끝내 작고 보잘 것 없는 짚으로, 두갈래 또는 세갈래로 나눠 손으로 비며 만들어낸다. 이것이 상생이고 동반성장이며 공정사회의 기틀이다. 또한 믿음이며, 믿음이 없는 사회는 발전도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회는 발전 동력이며, 힘의 분산은 저체질을 양산하게 된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고 했다. 여·야가 같이 가야 천둥소리는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