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장병 추모 진혼곡 21일 국립대전현충원 의전단원이 북한 연평도포격 도발 희생자 1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전사 장병 묘역 앞에서 진혼곡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평도 주민들은 꽃게를 잡고 굴을 캐는 등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섬인 탓에 주택·대피소 신축 사업이 뭍보다 더딘 점은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연평해전 때만 해도, 연평도 주민 대부분은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데, 언론 등 외부에서 긴장감을 조성한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포격을 받은 이후부터 달라졌다. 주민들의 말에는 '불안함'과 '불만'이 묻어난다. 연평도는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주민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주택 복구작업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대피소 신축도 골조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평면사무소 뒤편에 건립되고 있는 대피소의 경우, 이곳으로 연평보건지소가 입주하게 된다. 북한의 포격이 있으면 주민들이 대피소에서 응급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정애(68·여)씨는 "1년이 지났지만 그 날의 일들을 잊을 수가 없다"며 "피란생활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황연옥(84·여)씨는 "내가 살던 곳이니까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김익분(83·여)씨는 "북한의 포격 이후로 귀가 잘 안 들린다"며 "매일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큰 소리만 나도 놀란다"고 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다. 한 주민은 "서해교전도 1차, 2차, 3차까지 발생하지 않았냐"며 "북한이 언젠가는 또 도발을 할 것이다"고 했다. 이정규(74)씨는 "북한이 해안포 기지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며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하다"고 했다.

연평도 주민 대부분은 정부의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주민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창수(가명)씨는 "연평도에 있는 집 대부분은 1980년대에 정부(군)보조사업으로 지은 것이다"며 "정부가 노후 주택 개보수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집만 새로 지어주고 있다"며 "신축 대상에 들지 못한 주민들의 불만과 시기가 심각하다"고 했다.

최성일(48)씨는 "정부가 서해5도지원특별법을 만들었지만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다"며 "연평도가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연평도 포격 1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오후 한 주민이 포격 피해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모여 사는 연평초등학교 옆 임시주택에서 굴을 손질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집 안에서 '대피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고, 북한이 갑자기 포탄을 쏘면 대피소를 찾을 겨를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바라고 있다. 연평면사무소 최철영(44) 산업팀장은 "연평도에는 노인 분들이 많다"며 "치료사업과 공공취로(생계지원)사업이 활성화돼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평도/목동훈·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