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난 21일 경기지역 고3 교실들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개인 미디어에 빠진 학생들이 각기 이어폰을 끼고 홀로 영화를 보느라 '조용한 교실'이 연출되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제각각의 모습이다. 수능 끝난 고3교실을 들여다봤다.

■ 스마트폰 점령=안성의 한 고등학교 고3 교실. 떠들썩할 것만 같았던 교실 안은 적막이 흘렀다. 안을 들여다보니 교사는 독서에 열중했고 학생들은 제각각 이어폰을 귀에 낀 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간혹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잡담을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스마트폰 등의 개인 미디어로 혼자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다.

과거 교실에 비치된 TV와 VTR를 이용해 단체로 영화감상을 하던 수능 시험 후 고3 교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교사는 "스마트폰 등 개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고3 교실은 조용해졌다"며 "각기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조용한 시간 때우기가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 예비 부모교육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안산 성포고 시청각실. 180여명의 고3 학생이 모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주최한 청소년 신용관리 교육을 듣고 있었다. 신용회복위 직원들은 곧 성인이 될 학생들에게 신용의 개념, 신용관리의 필요성, 잘못된 신용 사용에 따른 불이익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신용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냥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유익한 강의들로 의미있게 남은 고3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특히 수원 효원고는 오는 29일 굿네이버스에서 주최하는 부모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예비 성인들인 고3 학생들에게 부모를 이해하는 법과 좋은 부모가 되는 법 등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 여행이 남는 것=아예 졸업여행을 떠난 학교도 있다. 수원고는 이날부터 24일까지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수원고 한 관계자는 "성적이 발표되는 30일 전까지는 아무리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졸업여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윤수경기자